‘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4‧7 주물럭 심판’이 시민들의 승리로 끝나고 나서였다. 국민의 ‘짐’에서 벗어나 비로소 국민의 ‘힘’이 될동말동하던 시기였다. 그 무리의 우두머리 경선(競選)이 끝났고, 세간의 주목과 함께 언론매체의 인터뷰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는 “어릴 때 유시민 장관의 모습을 많이 봤는데 ‘맞는 말도 기분 나쁘게 한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저는 유시민 장관의 모습이 대한민국에 꼭 필요하다”고 했다...
그저 지나가는 농담, 우쭐함의 한 표현 정도로만 받아들였다. 이 꼰대는 젊은피에 대한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어쭙잖게 옛 현자(賢者)의 말을 빌려 한마디 던졌었다. 바로 이 칼럼난을 통해서였다.
‘올바른 말을 제때에 제대로 하는 것’과 ‘싸가지 없거나 촐랑대거나 경솔한 언행’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이 꼭 기억돼야 할 것이라는 전형적인 꼰대성 멘트와 함께... 그 현자의 말대로 되지 않기 만을 진심으로 바라면서...
“청춘을 청춘들에게 주기에는 너무도 아깝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채 두어 달 남짓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과거 발언이 속속 공개되면서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했다... 이 대표가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자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 강행 등의 일련의 과정도 매번 내분으로 번지고 있다. 현안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논쟁을 즐기는 이 대표의 평소 스타일이 당 대표 리스크로 현실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이제 다시 국민의 ‘짐’으로 돌아갈 채비를 마쳤단다. 조만간 ‘적’(敵)으로의 완전 복귀도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말이 났으니까 말인데...
돌(준石)과 돌(石열)이 세간의 인기(人氣)를 따먹기 위해 부딪히면 결과는 어찌 될까. 서로 깨지고, 남는 건 고작 흙먼지 아니겠는가. 게다가...
험한 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서로에 대고 벌리는 내부 총질로 날이 밝고 해가 저무는 정도라고들 한다. 언론의 기레기들이 그런 점만 부각시킨다고?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는가.
자신들의 비전을 말하기에 앞서, 우선 ‘앞선 자’와 ‘앞설 자’를 씹고 뜯고 시작하는 게 버릇이 됐다고들 한다. ‘문주주의(文主主義) 시즌 2'를 노리는 저쪽 패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기 어렵다. 그저 “도토리 키 재기”
여기에다가... 흘러간 구정물(또는 X물) 주제인데도 역사의 물레방아를 돌리겠다고 꼴사납게 질퍽거린다. 언제 적, 국민을 배신(背信)했던 족속들까지 “반문(反文)!”을 외치며 가세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저런 사달들의 이유가 뭘까?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아무래도 오만(傲慢)과 착각(錯覺)과 망상(妄想)이 합쳐졌기 때문 아닐까?
“예선(豫選)이 곧 본선(本選)이다” 즉, 이른바 ‘당내(黨內) 경선(競選)’에서 이기기만 하면 대권(大權)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국민들의 문주주의(文主主義)에 대한 분노... 분명히 뜨겁고 드세다. 이 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보면, 대세(大勢)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이후부터 정권 교체론이 힘을 얻으면서 지난 4월 재보선 이후 정권 교체론이 정권 유지론과 최대 격차(21%포인트)를 벌였다. 그 격차는 민주당이 당 대표 선출을 통해 당을 재정비하고 대선후보 경선에 돌입하면서 한자리수(8%포인트)로 크게 줄어들어 올해 초 수준으로 회귀하는 형국이다...
국민이 ‘적’(敵)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돌(石)들과 구정물과 배신자들의 기고만장(氣高萬丈)에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가래침을 뱉는 수준까지 가고 있단 의미다. 이런 와중에...
“이번 대선 국면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이미 끝난 듯하다... 정권 교체를 위해 새로운 쓸모와 역할을 찾겠다... 주전자도 나르고, 선수 어깨도 주무르고, 선수들이 더 높이 도약할 수 있게 기꺼이 무릎 꿇고 엎드리겠다...”
출마를 선언한 뒤 33일 만의 일이라고 했다. 전(前) 경상남도 도백(道伯)이었으며, 현직 의원인 김태호가 꿈을 일단 접었다고 한다.
속단하기 어려운 속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그의 진정성을 믿으며, 그 용단(勇斷)을 높이 사고 싶다.
돌이켜 보건대, ‘4‧7 주물럭 심판’의 성공에는 이런 양보와 희생이 합쳐졌기에 가능하질 않았나. 시민들이 대표주자들 면면보다는 이런 점을 더 크게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리고...
‘태호 형’의 여러 ‘잡룡’(雜龍)들에 대한 당부는 ‘문주주의(文主主義) 완전 종식’을 염원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절규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물론 준서기도 깊이 새겨야 할 테고...
“분열은 필패(必敗)의 길... 정권 교체의 염원을 잊지 말아달라”
앞으로 그의 행보(行步)를 유심히 지켜보겠다. 그의 다짐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 걸음 물러나면서 두 걸음을 기약하겠다... 공존의 씨앗을 더 넓게 뿌릴 수 있게 자신을 담금질하겠다...”
이쯤에서, 꼰대가 넋두리를 마무리하며... ‘정권 교체’를 하겠다는 개인들과 무리에게 게임의 승리를 위한 고언(苦言) 한마디를 주제넘게 얹는다. 어디선가 눈동냥했었다.
“승자는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패자는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
李 ‧ 坤 ‧ 大 <時節 論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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