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르포] ‘노동당’ 위의 ‘장마당’

- 북한이 장마당을 단속하는 이유
- 그래도 ‘시장’은 계속된다..

 

북한 당국의 각종 사회단속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문화와 사상 등의 분야 외에도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서도 당국의 단속이 강화되는 분위기인데, 이런 상황을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시장이라고 하겠는데요. 바로 북한식 표현으로는 장마당인 것이죠.

 

이미 당국 차원에서 장마당에서 판매할 수 있는 물품들을 정해 놓아 가뜩이나 장마당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여기에 더욱 강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다 보니 한 때 북한내부에서 유행했던 일명 ‘메뚜기 시장’이 다시 성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단속원이 나타나면 팔던 물건을 바로 싸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 또 물품을 판매하는 방식이어서 메뚜기가 여기저지 뛰어다닌다고 그렇게 표현을 하는 것이죠.

 

그래서 최근의 북한에서는 돈을 가지고 물건이나 식량을 사려고 장마당을 나가도 살 수 있는 물건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길거리 골목 등에서 판매하는 메뚜기 시장을 많이 찾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들 물건들도 대부분이 중국을 통해 건너온 밀수품들이고 수공업 차원에서 직접 제작해 만든 생필품이나 특히 식량들이 많은데, 그만큼 북한주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북한은 오늘 이시간, 북한 당국의 장마당 단속과 주민들의 생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한 때 북한의 장마당이 크게 성행을 했었죠. 그런데 당국이 이런 장마당을 단속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 장마당 운영 시간을 조정한다든지 팔 수 있는 물품들을 정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통제를 하는데, 가장 주요하게는 식량과 공산품 등의 물건을 팔지 못하게 한다는 겁니다.

북한에서는 식량부분을 아주 민감하게 다루고 있고, 공산품 같은 경우는 전자기기 등의 불법유통으로 외부정보 등이 그것으로 인해 확산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렇다고 보여지는데요.

 

불법으로 유통될 수 있는 물품들을 버젓이 판매할 수는 없는 곳이 바로 북한사회인데, 장마당이라는 공간을 통해 유통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이죠.

 

2. 시장이라는 것은 인간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인데, 이렇게 단속을 하다 보니 골목 안에서 몰래 물품을 판매하는 일들이 확산되고 있다구요.

 

-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불법 물품들은 이전에도 마찬가지로 은밀하게 유통이 되었는데, 공식적인 장마당을 통제하니 단속이 잘 미치지 못하는 골목 안 등에서 상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여기서는 식량이나 공산품 등이 크게 인기가 있어 공식적인 장마당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이 몰리다보니 단속원들도 당연히 소식을 접하고 단속을 하게 되는데, 그때 파는 물건을 싸서 다른 곳에 가 또 판매를 하는 일명 ‘메뚜기 시장’이 성행을 하고 있는 겁니다.

 

 

3. 방금 말씀하신 ‘메뚜기 시장’이라는 것이 북한주민들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로 기억되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성행을 했었다구요.

 

- 맞습니다. 북한이 장마당을 공식 인정한 것이 2000년대 초기입니다. 그 이전에도 물론 소규모의 장마당들이 있었습니다만, 기껏해야 집 주변의 텃밭에서 가꾼 채소들을 판매하는 정도였는데, 공식적인 장마당이 열린 이후 중국 등으로부터 각종 생필품 외 공산품들까지 대거 유통이 되면서 제법 시장의 면모를 갖추었는데요.

 

당국차원에서는 장마당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존재하는 상황에서 조금 느슨하게 관리했다가 또 어떤 때는 바짝 통제를 하곤 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 바로 이 같은 장마당의 순기능이 없었다면 더 많은 주민들이 희생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당시에는 단속원들도 생필품과 먹거리 등을 장마당에서 공급받았을 정도였으니까요.

 

4. 북한당국의 방침이 그렇다면 전면적인 시장의 개방과 같은 조치는 어렵다고 여겨집니다. 북한주민들로서는 고통이 연속이라고 봐야겠는데요.

 

- 그렇습니다. 사실 장마당은 순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맞는 일인데, 북한당국은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인데요. 바로 역기능이라는 것은 두 가지 측면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유입되지 말아야할 외부의 정보나 물품들이 장마당이라는 통로를 통해 유통이 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 그런 이유로 말미암아 당국의 방침이나 지도를 따르기보다 장마당에 의해 그 지도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런 표현이 있죠. 노동당보다 더 위에 있는 당이 장마당이라구요.

 

 

5. 북한의 변화는 결국 북한 내부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을텐데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국제사회는 바로 이런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하죠.

 

- 모든 변화의 주체는 바로 그 안에 살고 있는 내부인들의 각성과 요구들에 의해 이루어지는데요. 북한과 같은 닫힌 사회는 그 문을 외부에서 열어줄 수밖에 없다는데 가장 큰 고민이 있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끈기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누가 더 지치지 않고 계속 그 문을 두드리고 땀을 흘리느냐의 싸움이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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