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말라버린 세상

- 망자(亡者)와의 인연으로 찾는 화장장에서 모습들
- 전자적 접속을 벗어나 인간적인 만남 가져야

 

언제부터인가  부모, 가족 및 친척이 죽고 오랜 벗이 죽어도 울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영구차가 화장장에 도착하고, 관이 전기 소각로에 내려가면 “소각중”이라는 표시가 켜지고, 한참 지나서 “소각완료” 라는 글귀로 바뀐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더니 “냉각중”이라는 표시로 바뀌더니, 얼마지 않아 잔골이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내려온다.

 

화장장 직원은 잔골은 수습하여 봉투에 담아 유족에게 건네주는데 한 되도 안 된다. 그러는 동안 망자와 어떤 인연이 있어 함께 온 사람들은, 대기실 등에서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기에 여념이 없다. 세상이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망자를 보내며 슬퍼하는 곡소리에, 망자와 어떠한 인연도 없었던 사람들도 처연해 하였는데 요즘은 통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의 가치관도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항상 하지 못하고 변했다.

 

 

망자와 어떠한 인연도 없고 또한 유족과도 아무런 인연도 없으면서, 사회관계망에서 접속하고 있던 사람과 관련된 부음이 올라오면 많은 사람들이 명복을 비는 글을 보내곤 한다. 마치 이렇게 글을 올려야 하는 것이 의무가 된 듯하다. 이러한 것도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나쁜 것도 아니다. 또 이와 같이 망자에게 명복을 빌어주는 것도 미풍양속이기에 이런 것을 두고 나무랄 것은 못 된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사회관계망을 통한 비대면의 전자적 접속은 있었지만 대면의 인간적 접촉은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발달되어 교통은 더 빨라졌고 통신은 더 편해졌지만 사람들은 삶의 여유를 가지기보다 더 바빠졌다. 교통이 빨라지고 통신이 편해져도 사람을 찾아보는 데는 옛날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모름지기 돈이 있어야 하기에, 모두가 하나라도 더 가지기 위해 무언가 물질적인 이득이 있는 곳만 찾기에 바빠서인지, 정신적인 득이 있는 곳을 찾는 데는 게으르다 보니 사람을 찾아보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된 것이다.

 

우리는 계절적으로 단풍이 드는 절기인 가을을 즐기고 있다. 그렇지만 주위에는 이런 가을을 맞아 즐길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니 나보다 못한 사람들이 나의 주위에는 없는지 둘러보고, 하루 시간을 내어 그들을 위해 봉사라도 해볼 마음이라도 가져보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이보다 먼저 부모, 가족 및 친인척을 찾아보자. 또 만남이 없이 전자적 접촉에만 익숙해져 인간적으로 소원했던 벗들은 없는지 살펴보자. 인생사 길어야 백년에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인데, 이렇게라도 한다면 나와 어떤 인연이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무척 흐뭇해 할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 가는 길이라고 화장장까지 따라와서는, 유골이 수습되기까지 대기실에서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조차 기다리지 못하고, 손안의 핸드폰에만 열중하는 우리의 모습은 참으로 민망할 따름이다.

 

深 · 思 · 翁 (심사옹)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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