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동양에서 기린·거북·용과 함께 사령(四靈)의 하나로 신성시했던 신령의 능력을 가진 상상의 새가 봉황이다. 우리의 민요인 '새타령'에도 새 중에 봉황을 으뜸으로 여기고 있다.
봉황은 사해의 밖을 날아 곤륜산을 지나 지주의 물을 마시고 약수에 깃을 씻고 풍혈에 자는데, 이 새가 세상에 나타나면 늘 어진 정치가 펼쳐져 천하가 크게 안녕하게 된다고 한다.
봉황은 성스러운 천자(天子)의 상징으로 인식되는데, 그 연유는 봉황은 언제나 잘 다스려지고 어진 정치가 있는 나라에 나타난다고 믿어 성군임을 표방한 데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대통령 집무실에는 봉황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이 봉황 문양은 “대통령의 지위와 권위를 상징하는 표장”과 관련한 조례에 의해 1961년 1월 31일에 제정되었다.
조선에서도 봉황은 ‘신조’(神鳥)라 하여 새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여겨서 신성시 하였으며, 봉황의 행동거지는 임금이 마땅히 지녀야 할 덕목이라고 여겼다.
대통령 집무실에는 이런 의미의 봉황 문양을 정문의 좌우에 한 쌍을 장식하고 있으면서도 대통령이 봉황의 행동거지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 적이 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우선 감추기 바쁘고, 그것도 들통이 나면 조작을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일이 허다하였다. 대통령 스스로 봉황의 행동거지와 어긋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몇 가지의 예를 들어보면, 국민의 건전한 상식에 반한 인사와 언행이 으뜸일 것이다. “태산은 아주 작은 모래와 바위의 흙도 가리지 않고 바다는 아주 작은 강과 천의 물도 가리지 않았다”고 하듯이, 대통령은 국민 모두를 포용하고 통합하는 정책을 수행해야 함에도 그러하지 않았다.
대통령 집무실 정문을 비롯해서 대통령의 모든 직무와 관련된 곳곳에 봉황 문양이 장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한 번도 그 의미를 생각해보지 않은 듯하였다.
대통령의 지위와 권위를 향유하라고 봉황 문양이 장식된 것이 아니다. 봉황 문양의 장식은 봉황과 같은 신령한 능력으로,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대통령으로서의 성스러운 소명을 다하는 데 있어서 그에 따른 지위와 권위를 가지고 국가를 이끌어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봉황 문양이 장식된 연단 앞에서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선서를 하고 아주 의연하게 취임사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집무실에서 직무를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은 봉황 문양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고 직무를 수행하기를 바란다. 일부 지지자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해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진정한 국민적 통합을 이루어야할 것이다.
또다시 봉황의 의미를 잡새로 취급되게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채 · 시 · 형(蔡時衡) <자유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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