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別曲] 브릭스 정상회담과 시진핑의 굴욕적 3대 외교 참사

- 시진핑의 승리? 1590억 달러나 뿌렸는데...
- 비즈니스 포럼 연설과 폐막사 연설에 불참
- 상대적으로 모디 인도 총리의 외교술 돋보여
- 브릭스 회원국 주도 능력이 부족함 느꼈을 듯

 

 

지난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남아공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 정상회담에 대해 일부 친중 언론에서는 시진핑의 승리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이번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시진핑과 중국은 엄청난 돈을 뿌렸지만, 성과는 별로 없고, 오히려 세 가지 외교참사급 굴욕을 당했다.

 

브릭스(BRICS)는 2006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외무장관이 당시 뉴욕 유엔총회에서 만나, 따로 회의를 하면서 시작된 고위급 회의였다. 2009년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고 인도와 브라질이 참여하면서, 4개국의 첫 글자를 따서 명명한 브릭(BRIC) 정상회담은 2010년 남아공 참여로 5개국의 브릭스가 되었다.

 

우한폐렴 클로벌 펜데믹 사태로 중단되었다가,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린 이번 15차 브릭스 정상회의는 두 가지 특징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 특징은 브릭스의 외연 확대이다. 미국과 서방국에게 경제와 기술 등으로 각종 제재를 당하며 각기 포위되고 있는 시진핑과 푸틴은 포위망을 뚫기 위해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등 6개국을 추가로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브릭스는 2024년부터 11개국 정상회담으로 확대된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외연 확대의 연장선에서 회의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는 점이다. 이번 제15차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담에는 60개국 이상의 국가 및 정부 수반이 초청되었고, 아프리카에서만 30명 이상이 참석했다. 올해까지 브릭스에 공식적으로 가입을 신청한 국가만 최소 23개국에 이를 정도이고, 관심을 가진 국가까지 포함하면 40개국이나 된다.

 

미국 주도의 포위망을 뚫어야 하는 동병상련의 시진핑과 푸틴은 의기투합하여 브릭스 외연 확장을 통해, 세계를 대표하는 G7에 맞먹는 대항 조직으로 키우려는 야심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현재 5개국 수준으로도 G7과 맞먹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경제의 1/4 규모에 세계 무역의 1/5 규모와 세계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외형상 브릭스가 G7을 능가하는 국제조직이 된 것이다.

 

한편, 푸틴은 러-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납치 및 강제 이주시킨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 화상으로만 참석했다. 대신 남아공 회의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푸틴을 대신해서 참석했지만, 러시아는 이전처럼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고, 푸틴은 러시아에 갇힌 꼴이 되었다.

 

게다가 인도·브라질·남아공을 비롯한 나머지 국가들도 브릭스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동의했지만, 다급한 시진핑이나 푸틴이 원하는 것처럼, G7의 대항마나 혹은 미국과 서방국들과의 적대관계로 발전되는 것은 원치 않는 입장을 보였다. 시진핑이나 푸틴의 생각과는 달리, 이들 3개국은 개발도상국가들이 뭉쳐서 각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것이 브릭스 참가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척을 지는 것이 아니라 협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급한 시진핑은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푸틴이 러시아에 갇힌 형세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그리고 선진국 미국과 차별화를 강조하기 위해 우선 두 가지 명목으로 거금을 풀었다.

 

하나는 브릭스 회원국 및 저개발 국가의 발전을 위해 소위 ‘글로벌 발전 이니셔티브 기금’ 명목으로 100억 달러(약13조원)를, 다른 하나는 저개발 국가간의 ‘글로벌 발전 및 남남협력기금’ 명목으로 40억 달러(약5조2천억원) 등 모두 140억 달러(약18조2천억원)를 추가로 부담하겠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그리고, 전범으로 몰린 푸틴이 영상 발언을 통해 아프리카 6개국에 최소 25,000톤, 최대 5만톤의 곡물을 무상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시진핑도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식량을 무상 지원하고, 중국은 영원히 개도국의 일원이 될 것이라며, 미국 비판과 푸틴 견제 및 중국의 지지를 유도했다.

 

이 밖에도, 비공개 석상에서 시진핑은 아프리카 15개국에 1450억 달러(약188조5천억원)의 채무를 전부 탕감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이번 남아공 브릭스 회의에 참석하면서 시진핑은 최소 1590억 달러(약206조7천억원)를 쏟아부은 것인데, 남미나 기타 지역에서 참가한 국가들도 지원 요청이 있었을 것이니, 시진핑이 이번 남아공에서 풀은 돈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이렇게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소위 유엔에서의 표밭 관리를 했지만, 이번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담 장소에서 시진핑은 뜻하지 않은 세 가지 외교참사 수준의 봉변을 당했다.

 

첫째, 시진핑의 통역과 경호원들이 남아공 경호원에게 제지당한 일이다. 화면에서 보는 것처럼, 시진핑이 회의장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시진핑의 통역과 경호원들이 남아공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했고, 시진핑 혼자 회의장으로 입장했다. 시진핑은 통역과 경호원들이 따라오지 않고 남아공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하고 출입구 문이 닫히자, 불안한 모습으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면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둘째, 남아공 대통령이 시진핑에게 남아공 훈장을 수여했는데, 문제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남아공의 훈장은 왕이 중세 무사에게 나이트직을 하사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호사가들은 시진핑이 남아공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봉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하며 이를 조롱했던 것이다.

 

셋째, 시진핑은 자신이 연설하기로 한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 연설과 폐막사 연설에 불참했다. 이번 회의 참석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반미 연대를 강조한 연설문은 대신 참석한 상무부장이 대독을 했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연설에 불참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시진핑의 연설 불참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브릭스 회원국 확대를 둘러싼 5개국 정상의 불협화음이 나타난 것이고, 결국 시진핑의 의도대로 이번 15차 브릭스 정상회담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평가이다. 결국 시진핑은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지만, 실제 의도한 바는 이루지 못했고, 봉변만 당한 셈이다.

 

 

게다가 인도의 모디 총리는 인도와 중국이 국경에서 충돌하고 있는 라다크 지역에서 양측 병력을 조기에 철수하여 분쟁을 완화하자는 제안을 불시에 시진핑에게 던졌다. 미국과 서방국에게 포위당하고 있는 시진핑은 모디 총리의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영토 욕심을 부리며 라다크 지역을 무력 점령하려던 시진핑의 의도는 보기 좋게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미-중-러 사이에서 항상 타이밍을 잘 맞추는 모디 총리의 외교술이 이번에도 빛난 것이다.

 

브릭스 회원국으로 초청되었던 인도네시아는 서두를 일이 아니라며 이를 거절했다. 내년부터 정식으로 브릭스 회원국이 되는 아르헨티나의 경우에는 올해 10월 22일 대선을 치루게 되는데, 유력 대선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브릭스 참여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르헨티나 예비선거 1위를 차지한 극우성향의 전진하는 자유당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은 “자유롭고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암살자들인 공산주의자들과 거래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우군이 되겠다”며 노골적으로 브릭스 가입을 거부했다. 예비선거 2위를 한 파트리시아 불리치 전 치안장관도 브릭스 가입을 반대했다. 어쩌면 아르헨티나는 정식 회원국이 되는 내년 이전에 가입과 동시에 탈퇴하는 국가가 될 전망이다.

 

산적한 국내문제에 발목이 잡혀 해외순방을 자제하다가 참석한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면 자연스레 친중세력 확보 목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겠지만, 현실은 세 가지 외교 참사와 함께 브릭스 회원국들을 주도할 만한 능력이 부족함을 스스로 느낀 좌절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돈으로 해결되지도 않을뿐더러, 타인의 마음을 얻는 것이 생각대로 쉬운 일이겠는가?

 

김 · 상 · 순 <객원논설위원>

 

유튜브에서 영상 보기: https://youtu.be/15diXUnyNc0

 

#중국정치 #중국외교 #브릭스남아공회의 #BRICS #브릭스 #미중관계 #G7 #중러관계 #중국경제제재 #러시아경제제재 #러우전쟁 #국제전범재판소ICC #푸틴 #시진핑 #남아공 #인도 #브라질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 #김상순TV

핫 뉴스 & 이슈

[한반도 르포] 평양 고층 아파트, 전력난으로 수난
얼마 전 북한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의 뉴타운이라고 불리는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에 참석했었는데요. 평양 내 대규모 주택 건설 사업은 김 위원장이 착공·준공식을 직접 챙기는 그의 역점 사업 중 하나입니다. 그는 송화거리와 화성지구 1단계 준공식에 참석했으며, 이번에 완공된 화성지구 2단계 사업은 지난해 2월 열린 착공식에도 모습을 드러냈고, 또 올해 2월 진행된 화성지구 3단계 착공식 현장에서 찾아가 각별한 관심을 보였는데요. 이러한 행동은 평양 주택 건설 사업에 힘을 쏟는 모습을 보여 낙후된 주거 시설 개선이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민심을 다독이는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이러한 준공식, 착공식 등이 대부분 야간에 이루어져서 조금 의아하게 볼 수가 있는데, 이것 또한 각종 축포 등을 터뜨려 휘황찬란하게 보이려는 계획된 행사들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한에서는 이 같은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도 그다지 반갑게 생각하질 않고 또한 입주해서 사는 주민들은 저층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것이 북한의 취약한 전력사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견이 많습니다. 북한은 오늘 이 시간, 각종 대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