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의 석공 같아서야

- 눈 깜박이는 것부터 먼저 배운 서라벌 석공
- 국가와 국민 바탕에 두고 기본 충실하는 국정 운영을

 

옛 신라 서라벌의 어느 사찰에 한 석공이 있었다. 석공장은 문하의 석공에게 작은 돌 조각이 튀어도 무의식적으로 눈을 먼저 감지 말고 망치로 정을 똑바로 치라며, 기본을 열심히 가르쳤다. 하지만 이 석공은 스승의 말과 주위 동료의 말은 듣지 않고서, 작은 돌조각이 튀어 눈에 들어갈까 두려워 망치로 똑바로 정을 치는 것보다 눈 깜박이는 것을 먼저 배웠다.

 

동료 석공들은 불상·연화석 등을 조각하는데, 이 석공은 불상이 정좌할 연화석을 받치는 기단을 만드는 것이 고작 그의 역할이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 석공은 기단을 자기가 만들지 않았다면 불상을 연화석에 정좌시켜 모실 수 없었다고 큰 소리를 쳤다. 사찰에 들른 많은 불자들은 이 석공의 말이 어불성설인 것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잘 하겠지 하면서 토를 달지도 않았다.

많은 국민들이 국정의 시비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잘 하겠지 하면서 토를 달지 않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 정부에 있어서 중요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자들 중에는 이 석공과 같이 망치로 정을 똑바로 치기보다 눈 깜박이는 것부터 먼저 배운 자들이 많다는 의심이 든다. 국가와 국민만을 위해 눈을 부릅뜨고 국정을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비판이 두려운지 일을 저지르고서는 눈을 감아버리거나 사실을 왜곡하거나 은폐를 하면서 “전임 정권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한다.

특히, 위정자의 사려가 깊지 못한 발언에 대해서는 횡설수설로 무엇이 사실인지도 알지 못하게 한다. 이러는 동안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는 긍정보다 부정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文정권에서 한·일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단 며칠만에 백조 이상의 돈이 증발되었으며, 환율이 급등하는 와중에도 반일하지 않는 것은 매국에 친일이라며 죽창가로 선동하였던 자가 장관으로도 지명된 일이 있었다. 이자는 스스로가 언행불일치 그 자체이기도 했지만, 한·일 무역분쟁에 대해 감정적 선동으로 충무공 이순신의 말을 인용하여 "서해맹산(誓海盟山)"이라 하였다. 또한 그는 자신의 언행을 앙가주망<engagement 지식인의 사회참여>라면서 합리화해대곤 했다. 하지만 국민들에게는 단지 어용지식인의 넋두리에 불과하다고 느껴졌었다.

 

 

왕이 주인이며, 도성에 비해 거의 정보가 없거나 아주 부족하였던 시대의 선비였던 조식(曺植)은 모든 것을 국가와 국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목숨을 걸고 상소를 올린 적이 있다. 그런데 국민이 주민이며, 인터넷으로 모든 정보가 바로 유통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나침반을 갖추지 못한 채 간혹 직척직선(直尺直線)이 되어야 할 것을 곡척곡선(曲尺曲線)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긍정보다 부정이 더 많은 것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정권이 눈 깜박이는 것부터 먼저 배운 서라벌의 석공과 같이 되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수행함에 있어서 국가와 국민을 바탕에 두고 기본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파리와 벌레가 찾아 드는 향기롭지 못한 꽃과 같이, 어리석은 자에 둘러싸인 우둔한 위정자가 되지 않고, 현명한 자에 둘러싸인 훌륭한 위정자가 되고자 한다면, 일의 시비(是非)를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자를 반드시 가까이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위정자는 경청으로 일의 시비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하고, 먼저 국민을 배려·설득해야 하며, 스스로 나서서 근검하며 솔선하여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와 같이 하면서도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의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나, 역시 뒤집기도 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면서, 또 “군은 배이고 국민은 물이다”의 “군주인수(君舟人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채 · 시 · 형 (蔡時衡)  <자유기고자>  

 

              ※ 초청시론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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