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 말... 이 나라 대학가의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인천(仁川) 부둣가에서 인구(人口)에 널리 회자(膾炙) 되던 전설(?)이 있었다.
청바지와 통기타, 그리고 긴급조치와 장발(長髮) 단속이 한창이던 1970년대 말의 어느 여름날...
서해(西海)의 아무개 섬을 향해 인천(仁川) 연안부두를 떠난 정기여객선이 30분 남짓 파도를 가르고 있었다. 여객선 뱃머리에는 여름방학을 맞은 서울의 아무개 대학 써클[동아리] 회원들이 모여 앉아 노래를 부른다.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불가에 마주 앉아....”
통기타와 노랫소리가 시원한 바닷바람에 한참 어울리는 순간, 갑자기 배가 덜컹하더니 뱃전에 앉았던 여학생 하나가 물속에 ‘풍덩’ 빠졌다. 당황한 대학생들이 승객들을 향해 소리친다.
“사람 살려! 사람이 바다에 빠졌어요!”
뱃전과 객실의 승객들이 거의 모두 모이고 뛰쳐나왔다. 동승한 경찰·군인도 있었고, 승무원들도 뱃머리로 달려왔다. 급기야 선장(船長)까지도...
그리고는 바닷물에서 허우적거리는 여학생을 향해 고함을 지른다. 너도나도, 여기저기서...
“헤엄을 쳐!” “팔을 힘차게 저어!” “다리로 물을 차란 말야!”
얼마나 지났을까. 그 여학생이 몇 번이나 바닷물 속에 잠겼다가 나왔다를 거듭했는지... 갑자기 ‘풍덩’ 소리가 또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한 노인네가 바닷물에 몸을 던진 것이다.
70세가 넘었을 그 노인은 힘겹게 개헤엄을 치며 그 여학생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제서야 뱃전에 몰려있던 승객·승무원·선장·경찰·군인들이 정신을 차린 듯 튜브와 로프를 던진다, 삿대질을 한다 등등 법석을 떨었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나서야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혼수상태의 여학생과 기진맥진한 노인네를 바다에서 건져낼 수 있었다. 그 여학생은 선실(船室)로 실려 가서 응급처지를 받아 겨우 살아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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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7월 18일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 하지만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한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단서 조항을... 민주당은 ‘정당한 영장 청구’를 판단하는 기준은 ‘국민 눈높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방탄을 할지 안 할지 민주당 마음대로 선택하겠다는 것”...
그동안 거부 또는 머뭇거리다가 갑자기(?)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결의한 이유가 무얼까? 당론(黨論)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 그냥 모여서 말로만이라지만...
31명의 비명계(이른바 非犬派)가 ‘특권 포기’를 서약함에 따라, 방탄복(防彈服)이 사실상 구실을 할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 31명은 개딸들의 눈밖에 났다는 소리도 들린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公薦)은 아득히 멀어져간 꿈이 될 거라고들 한다. 그러면 혹시나...
제헌절인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 600여 명은 “국회의원 기득권 폐지가 헌법 정신”이라고 외쳤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은... “국회의원들이 특권을 내려놓는 것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정신에 맞게 행동하는 길”이라고 했다.
600명 시민들의 함성에 쫄아서? 숫자로는 몇백 명에 불과하지만, 이 나라 국민 대다수가 공감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나? 그건 아닌 듯도 한데, 어찌 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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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날 그 연락선에서 일어난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사태는 이렇게 진행됐다고...
바다에서 올려진 노인양반은 배 갑판에 잠시 누웠다가 온 힘을 다해 겨우 일어나 앉게 되었다.
그러자 뱃전에 있던 승객·승무원 등이 그 주위를 빙 둘러섰다. 그중에 몇몇이 측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모두 들으라는 듯 물었다.
“젊은이들도 감히 엄두를 못 냈는데, 어찌 노인장께서는 물에 빠진 여학생 구할 결심을 하셨나요? 그리 용감하게 물에 뛰어드신 이유라도 있습니까?”
그 순간, 몸을 부르르 떤 노인양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며 크게 외쳤다.
“에이 X팔! 누가 나를 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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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잠시 떠밀린 게 맞지 싶기도 한데... 위의 ‘노인양반’의 엉겁결 용기(?)는 그나마 여학생을 살리는 강한 동기(動機)가 됐으나, 떠밀린 ‘포기 결의’는 정작 그 미래가 안갯속일 수밖에 없다질 않나. 그래봤자, 며칠 안 가서 본색(本色)이 판명날 수도 있을 테지만...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한 불체포특권 포기”... 정당하지 않은 ‘민주공화국의 체포 영장’도 있던가. ‘자의적’(恣意的),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등등이 떠오른다는 비웃음 소리가 높다. ‘집권 야당’(執權 野黨)의 대표께서 그간 짖어대신, 앞뒤가 달랐던 수많은 말장난과 말따먹기들을 국민들이 과연 잊었을까.
‘양두구육’(羊頭狗肉)’... 그저 훈민정음 표기로 “양(羊)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犬)의 고기를 판다”로 하자. 그나저나 ‘그 당’에는 웬 ‘개’(犬)가 이리 많이 등장하는지...
이후에, 짧게는 며칠 어간에 정작 ‘체포 영장’이 발부되고 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둘째치자. 현재 상태에서 진정성(眞正性)을 인정받고 싶다면, 여러 가지가 필요치는 않을 듯싶다. 그저 딱 하나...
그간 씹고 뜯고 내뱉었던, 그리고 맛을 즐겼던 말장난과 괴담(怪談)과 가짜뉴스에 대해 이실직고(以實直告)하고, 한마디 유감(遺憾)이라도 표명한다면... 아마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거라고 확신한다.
‘불체포특권 포기’... 어쩌면 당연하고, 말마따나 ‘헌법 정신’에 합치되는 일. 그걸 조건(단서)을 달아 짖어대며, 생색을 내고 있다. 저잣거리에서는 분노가 다시 끓어오르고 있다는 평이다.
더군다나 막상 닥쳤을 때 다시 어설픈 핑계를 갖다 붙인다면... 이후 심판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너무도 분명하지 않겠는가.
어쭙잖은 충고(忠告), 또는 경고(警告)일 수도 있다. 지금 당신네들 ‘집권 야당’(執權 野黨)은...
“다음 날개가 다가오는 풍차(風車) 밑에 앉아 있는 신세라는 사실을 직시하라!”
어차피... 개(犬) 귀에 경(經) 읽기라고?
李 · 坤 · 大 <時節 論客>
※ 초청시론의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편집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