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봄... 나들이 셋

- ‘중도실용’(中道實用)을 다시 돌아보면서...
- 4·3 추념(追念)은 진정 어떠해야 하는가
- ‘이승만 기념관’ 건립이 과연 ‘독재 부활’?
- 국민의 수준이 결국 그 나라의 격(格) 좌우

 

 

  예년과 달리 일찍이 활짝 폈던 사쿠라가 오랜 가뭄 끝의 이틀 비바람에 꽃잎을 흩뿌렸다. 이제 ‘봄날은 간다’는 노래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올 참이다.

  세월은 무심하지만, 계묘(癸卯)의 봄은 여러모로 어수선하다. 어디 어수선하지 않던 봄이 있었긴 했나마는...

 

  키나라와 뛔국의 기(氣) 싸움이 한창이다. 로스께가 벌인 전쟁은 끝을 알 수가 없는 가운데... 북녘 ‘백도혈통’(百盜血統)의 미사일 꼬라박기와 핵 공갈은 멈추질 않는다. 이에 맞서 동맹(同盟)의 실체를 재확인하는 한미연합훈련도 계속됐다.

 

  이 나라 여의섬에서는 형형색색의 방탄복이 등장했다. 계절이 바뀌면, 떨어져 흩어진 사쿠라 꽃잎처럼 너덜해질 걸 가지고 별별 쑈질이다.

  남조선 ‘반 미친’(反 美親) 얼간이 족속들의 괴담(怪談) 비트(beat)에 맞춘 죽창가(竹槍家)가 이어지고 있다. 한바탕 전쟁으로 왜국(倭國)을 작살 내든가, 우격다짐으로 왜국을 식민지로 접수해서 한 50년간 지배해야 한다는 기세다.

 

  그동안 안(못) 잡았던 간첩을 솎아내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오랜만에 들려온다. 꽤 여럿이라고들 한다. 그동안 누군가들이 물심양면으로 보호(?)해준 덕에 가지가 무성하단다.

  여러 곳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원인이 수상쩍은 산불이 타올랐었다. 어린 청춘들이 마약(痲藥)에 취해가고 있다고들 걱정이 크다. 물론 세간의 살림살이야 여전히 팍팍하다는 아우성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들이들은 계속되었다고 한다. 꽃 보랴, 맛난 거 먹으랴, 끼리끼리 패거리 만들랴 등등 쉬임없이 이어졌다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 22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희생된 장병들의 묘역을 참배했다. 이 전 대통령의 이번 참배는 지난해 12월 신년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이후 첫 공개 외부 일정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천안함 46 용사 묘역에서는 “천안함 장병들을 생각할 때면 늘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가 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가막소에 다녀오신 전직(前職)이시다. 그나마 그 양반의 첫나들이 장소가 거기였다는 건 나름 높이 평가받을만했다는 중론(衆論)이다.

  짐작컨대, 감회가 새로웠으리라. 북녘의 무력도발(武力挑發)을, 특히 제대로 되갚음조차 못했던 그 날을 돌아보며...

  또한 촛불세력에게 적폐(積弊) 몰려 고초를 겪던 나날들... 가뭄으로 4대강 사업이 집중 조명을 받는 지금...

 

  지난날 크게 부르짖었던 ‘중도실용’(中道實用)이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공허(空虛)하고 위험천만한 구호였던가를 깨닫지 않았을까. 이에 반해...

 

  직 가막소에 가지 않은 양반네의 행차는 자못 화려해(?) 보이기까지 했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하고, 지지자들과 손 인사도 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월) 31일 개막한 ‘2023 통영국제음악제’를 관람하기 위해 경남 통영시를 찾았다... 지난해 5월 퇴임 후 통영시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영국제음악당 옆에 마련된 윤이상(1917∼1995) 작곡가 묘역을 찾아 헌화했다.... 문 전 대통령은 무릎을 꿇고 묘역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듯 한참을 머물렀다...

 

  윤 아무개 작곡가... 북녘 ‘백도혈통’(百盜血統)을 대(代) 이어 숭모(崇慕)한 걸로 걸로 너무 잘 알려졌지 않았던가. 이어지는 나들이는 남도(南島)를 향했다고 한다.

 

 

4·3 75주년을 맞아 문재인 전 대통령도 제주 4.3 평화공원을 방문했습니다.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4.3 평화공원을 참배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4·3을 모독하는 행위가 매우 개탄스럽고 가슴 아프다”고 말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4·3을 추념(追念)하는 이유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방해·저지하려 했던 공산폭도들의 행위와 정신을 계승하려는 건가? 절대 그럴 수는 없다. 그 공산폭도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그 희생에 대해 사죄하기 위함이 아니든가.

  그런데 ‘4·3을 모독’?... 이 요상한 어법에 대해 너절한 대꾸 대신에, 아무개 학자의 정론(正論)으로 갈음하자.

 

  “군중의 폭력적 집합행동을 인민항쟁이라고 부르느냐, 폭동이라고 부르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부르는 사람의 사상과 관련된 것이다. 그러한 군중들의 폭력적 집합행동을 이끈 사상과 동일한 사상을 가졌거나 그에 동정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인민항쟁이라고 부르고, 그들과 반대되는 사상을 가졌거나 비판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폭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런저런 정황은 지난날 그 양반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방문해서 “남쪽 대X령” 운운한 배경의 일단을 살피게 해주었다. 또한 ‘문주주의’(文主主義) 5년 시절 동안에 ‘1948년 8월 15일 건국된’ 이 나라와 국민들이 무엇을, 왜, 어떻게 잃었는가... 그에 대한 여러 답들 중의 일부를 재차 확인하게 됐다는 저잣거리의 수군거림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수선한 계절이었지만, 이 나라가 정상을 회복하고 근본을 다잡는 실마리가 될 나들이 소식도 들렸다. 본격적인 나들이라기보다, 일단은 채비에 가깝다고나 할까.

 

 

국가보훈처가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을 짓기 위한 사전 검토 작업을 시작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3월) 27일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위해 기념관 소재지 등 사전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가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에 3년간 460억 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보훈처는 최근 기념관 건립 중기사업계획을 내부적으로 작성한 결과, 이런 추정치를 얻었다고 (4월) 7일 밝혔다...

 

  이 나라 '건국 대업'(建國 大業)을 맨 앞에서 이끄신 지 75년째 되는 해이다. 끔찍이 사랑했던 조국(祖國)을 가슴에 품은 채, 머나먼 하와이에서 돌아가신 지 58년이 지났다. 드디어 당당하신 모습으로 국민들 앞에 장중한 나들이를 하시려 준비 중인가 보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바대로 태클을 거는 무리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 5일 국가보훈처의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에 대해 “독재자 부활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선거 때 투표일이 임박하면 그 ‘독재자’의 묘(墓) 앞에서 아양 떨고, 재롱부리던 패거리들이다. 국민들을 속이기 위한 억지춘향에 불과했다는 건 동네 강아지들도 다 안다. 단지 ‘공과’(功過)란 단어만 입술에 붙여댈 뿐이었다. 구체적인 ‘공’(功)의 내용은 전부 때려치우고...

  애비도 몰라보는 후레자식들에게 그 어른을 자세히 설명한들 제대로 받아 처먹겠나. 그래서 일전의 아무개 일간지 칼럼 몇 줄을 인용한다. 가히 명문(名文)이다.

 

  “이승만을 국부(國父)로 부르지 않는 건 자유다. 그러나 국부가 있다면 그 사람은 이승만일 수밖에 없다. 이승만이 없었다면 유라시아를 덮은 붉은 물결 끝자락에 보일 듯 말 듯 남은 작고 푸른 섬은 없었다. 이승만을 국부로 삼기 싫다면 그냥 국부는 없는 것이다...”

 

  말마따나, “업적을 재조명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이며 의무일 것”이다. 어떤 난관과 반대와 훼방이 있어도 그 어른의 나들이는 꼭 성사되고 계속되어야만 하지 않겠나.

 

  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면서,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 너머로 그렇게 봄날은 가고 있다. 가는 봄을 멈출 수야 없겠지만... 그 봄날의 일들은 추억으로, 역사로 남을 것이다.

  봄나들이 대신에 아파트 단지 안을 서성였다. 일찍 피었다가 흩어진 사쿠라 꽃잎을 밟는다. 건방지기로 감히 이 나라의 앞날 걱정이랍시고 주섬주섬 떠올려본 것들이다.

  그저 넋두리일 뿐, 딱히 결론은 없다. 다만...

 

 

  지난 세기 1904년 러일전쟁(1904. 2. 4〜1905. 9. 5)의 포성(砲聲)이 높아질 즈음이었다. 한성감옥(漢城監獄)에서 민족의 진정한 독립을 염원하며 필(筆)로써 토(吐)한 스물아홉 살 혁명가의 사자후(獅子吼)... 이승만의 ‘독립정신’ 중에서 한 문장을 또다시 새긴다.

 

   “국민이 다른 나라 국민보다 나은데 그 나라가 어찌 다른 나라보다 못하겠는가.”

 

李 · 斧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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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참패한 국민의힘에선 차기 당 대표 선출을 놓고 여러 곳에서 군불을 떼고 있는 기미가 보인다. 여기에 콩나라 팥나라 하는 잡객들이 이곳저곳에서 입방아를 찧고 있다. 어떤 자의 입방아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연결하여 배신자라는 프레임을 걸고 있다. 배신자란 사전적 용어로 말하면 은혜를 입은 자가 은혜를 무시하고 돌아서는 사람에게 붙여지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자가 공개적으로 내뱉은 배신자란 윤 대통령과 한 전 비대위원장 두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특별 수사관의 신분이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은혜를 입었던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나? 두 분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공직자였으니 사실이 아님이 만천하가 다 알고 있다. 오로지 공직자의 신분으로 그 직분에 맞게 처신했다는 것을 일반 국민들은 믿는다. 반대로 배신자라는 프레임을 걸고 있는 유승민 씨에게 묻고 싶다. 누가 진짜로 배신자인가? 귀하에게 정치 입문을 권장한 사람은 누군가? 세간에선 귀하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도록 지원한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 김무성과 합심하여 탄핵에 선봉장 역할을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