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가 2차 대전 당시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있던 유대인 3천200여명을 나치 독일군으로부터 숨겨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교황청 성서연구소의 기록 보관소에서 발견된 문서를 통해 입증됐다고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발견된 문서에는 로마의 가톨릭 수녀원 100곳과 수도원 55곳에 피신한 4천300여명의 명단이 적혀 있다. 이를 로마 유대인 공동체 기록 보관소에 보관된 문서와 대조한 결과 이중 약 3천200명이 유대인으로 밝혀졌다.
교황청 성서연구소, 이스라엘 야드 바솀 홀로코스트 연구소는 이날 로마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두 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이 문서는 이탈리아 가톨릭교회의 유대인 구출 역사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후손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기재된 유대인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1943년 9월 10일부터 연합군에 해방된 1944년 6월 4일까지 9개월 동안 나치 독일군에 점령당했다. 당시 로마에는 1만∼1만 5천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었고, 이 중 2천명이 학살당했다.
교황청은 이번 연구 결과가 교황 비오 12세의 행적에 대한 재평가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2차 대전 기간에 재위했던 비오 12세는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 만행에 침묵했으며, 희생자들을 구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에 반해 교황청은 비오 12세가 유대인이 더 큰 곤경에 처할 것을 우려해 드러나지 않게 이들을 지원했으며, 유대인을 성당과 수녀원 등에 숨겨줄 것을 독려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안 · 희 · 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