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남한 말투 사용에 최고 사형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했다.
12일 통일연구원 박영자 선임연구위원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기관지 '평화통일'에 게재한 기고문에 따르면, 평양문화어보호법에서는 '오빠' 같은 이성을 부르는 호칭, '사장님'이나 '지배인님'처럼 직책 뒤에 '님'자를 붙이는 용례를 박멸해야 할 '괴뢰말 찌꺼기'로 규정됐다.
이러한 법의 금지 조항을 통해 북한 내 남한 말투의 유행 양상을 유추할 수 있다.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북한 청년층에서 동무나 동지가 아닌 오빠가 유행했고, '지배인 동지' 대신 '지배인님' 호칭 사용도 나타나 이를 '괴뢰식 부름말'로 규정해 금지한 것이라고 박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괴뢰식 억양'을 본뜨는 행위도 금지됐는데, 제22조에서 이를 '비굴하고 간드러지며 역스럽게 말꼬리를 길게 끌어서 올리는' 억양으로 묘사했다. 북한 말투에 비해 부드럽고 상냥하게 들리는 남한 말투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또한 "자녀들의 이름을 괴뢰식으로 너절하게 짓거나 손전화기, 콤퓨터망에서 괴뢰말투를 본뜬 가명을 만들어 쓰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제23조), "일상생활에서 일부 기관 명칭과 부름말을 규범에 맞지 않게 제멋대로 줄여 사용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제44조)는 내용이 눈에 띈다.
법률에는 ▲ 국경을 통해 뇌물을 주고받으며 유입 ▲ 공중을 통해 유입된 '삐라'(대북전단)와 '물건짝'(물건의 속어) ▲ 해안지역을 통한 유입 ▲ 대외사업을 통한 유입 ▲ 해외 출장·방문을 통한 유입 등이 남한 말투의 유입 경로 역시 법 조문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아울러 이 법에는 '법기관과 감독통제기관 일꾼은 돈과 물건을 받거나 직권에 눌리워 또는 정실안면관계에 말려들어 괴뢰 말투를 본따는 행위를 묵인조장하거나 경미하게 처리하지 말라'는 조항이 있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 정권이 일상 언어를 통제하는 건 북한의 장마당을 통해 가정 내부로 전파되는 한류 문화를 차단하려는 조치로 보인다며 그 이면에는 특히 청년 세대들이 한국 문화에 젖어드는 것에 대한 북한 정권의 불안감이 깔린 듯하다고 분석했다.
김 · 성 · 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