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자 민주주의라는 21세기형 아나키즘

- 민족(民族)이라는 유령이 지배하는 한반도
- 야만(野蠻)의 인종들과 반동(反動)의 아나키즘

 

무정부주의로 번역되는 아나키즘 (Anarchism)의 그리스 어원 의미는 “지도자가 없는 상태”다. 근대 계몽주의 사상가들이 일괄적으로 강조했던, 족쇄를 벗어던지고 새롭게 태어난 인간의 의지 (Will)에 기초해, 아나키스트의 원조격인 푸르동과 바쿠닌은 개인의 절대적 자유를 위해 국가, 사회, 제도, 규칙 등 모든 사회적 권위나 권력으로부터 인간은 무조건 해방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사실 아나키즘 만큼 종류가 다양하고 그 실체가 요란하며 제멋대로인 사상도 없다. 따라서 아나키즘을 무정부주의로 번역하는 것 자체가 무척 협소한 이해이기도 하다. 아나키스트들의 겉치레는 존 레논의 노래 <Imagine>의 가사처럼 항상 달콤하고 이상적이다. 개인의 내면에 내재된 양심과 도덕으로 조화롭고 평화로운 이상적 사회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꿈꾼다. 그러나 현실에서 아나키스트들은 가장 폭력적이며 반항적인 집단으로 나타난다.

 

아나키스트들이 말하는 평화주의와 박애주의에는 항상 영웅주의적 메시아론이 도사리고 있다. 바쿠닌이 강조했던 창조를 위한 파괴의 본능과 열정이 깊숙이 꽈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위대한 독일민족이 창조하는 세계평화를 부르짖었던 나치의 국가사회주의, 전쟁을 통해 대동아공영을 실현하겠다던 일본의 군국주의, 이슬람세상을 만들려는 테러집단 ISIS의 전쟁에도 아나키즘적 요소가 만연하다. 특히 인종주의 (Racism)와 사회적 다윈이즘 (Social Darwinism)이 결합한 나치즘에는 아나키즘적 사상기조가 유별나게 깊숙히 내재되어 있다. 결국 히틀러의 국가사회주의는 아나키즘에 기반한 통치체제였다고도 볼 수 있다.

 

아나키즘과 허무주의로 번역되는 니힐리즘(Nihilism)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데, 이는 재정러시아의 후진적 문명과 그 속에서 백성들이 겪어야 했던 처참하고 혹독한 삶에서 두 사상이 태동했던 역사적 정황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나토의 확장을 우려하고 슬라브 민족주의에 입각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러시아독재자 푸틴의 사고에도 이런 아나키즘과 니힐리즘적 일반사고가 깔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당면한 지정학적 요인으로, 오직 팽창하지 않으면 그대로 앉아서 죽을 수밖에 없다는 강박관념이 실존적 투쟁과 전쟁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슬라브 민족의 위대한 영웅적인 삶을 구현할 수 있다고 믿는 푸틴의 메시아론은, 비슷한 유형의 공산독재자인 중국 시진핑과는 확연히 차별된다.

 

무정부주의에서 출발해 허무주의로 마감했던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주의자였던 단재 신채호는 남북한이 함께 떠받치는 인물이다. 일본에 저항하기 위한 민족의 각성을 촉구하며 단군신화와 5천년 역사에 빛나는 위대한 한민족이라는 전대미문의 신화를 만들어 냈는데, 민족이라는 유령의 지배가 남북한의 현실이 되었다. 단재의 사상에는 히틀러가 믿었던 인종주의와 사회적 다윈이즘이 내재되어 있고, 이런 메시아적 사고와 연관되어 단군사상과 한민족이 탄생하는 원인이 되었다. 결국 단군의 직계혈통이라 자칭하는 북한 백두혈통이 한민족의 역사적 전통을 이어받아야 하며, 남과 북은 한민족으로 무조건 통일되어야 한다는 허상적 관념이 권위주의 군사정권 타도를 외치는 남쪽 주사파 운동권의 종교적 민족신앙이 되었다.

 

이런 주사파 좌익들이 지배했던 문정권 5년은, 한마디로 사기와 기만을 앞세운 반대한민국 세력의 자유민주주의 체제파괴를 위한 집요한 통일전선전술이었다. 그들이 내세운 대한민국 헌법 1조에 근거했던 주권자 민주주의론은, 국민의 가치가 사회나 국가의 가치보다 우월하다는 대국민 사기극이었으며, 주권자 민주주의로 실질적 민주주의를 열자는 아리송했던 표현은 무정부주의에 입각해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로 향하는 야만의 세상을 열어젖히자는 뜻이었다.

 

 

대한민국 지식인 대부분이 간과했던 틈을 타 문정권의 체제파괴를 위한 아나키즘적 전복전은 정점에 달했었다. 아나키즘이야말로 히틀러의 국가사회주의, 마르크스-레닌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세상을 당겨오는 가장 기초적인 핵심요소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도 이재명의 개딸, 문재인의 문빠, 조국수호연대 등, 진영적 확증편향사고를 일삼는 21세기에 태어난 야만의 인종들은, 자신들의 언사가 바로 역사의 반동인 아나키즘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미쳐 날뛰고 있다.

 

강 · 량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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