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가 핵심 피의자인 전직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강래구(58)씨에 대해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되면서 이른바 '이정근 녹취파일' 확보를 계기로 급물살을 타는 듯하던 사건이 암초를 만났다.
21일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주요 혐의에 대한 증거는 일정 부분 수집돼 있다고 보이는 점 등에서 현 단계에서 구속할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다만 윤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압수수색 이후 피의자가 직접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거나 다른 관련자들에게 증거인멸 및 허위 사실 진술 등을 하도록 회유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보면 사안의 중대성, 금품 살포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강씨의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된 것으로 기각을 납득할 수 없다며 공범들 사이의 추가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신속히 영장을 재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인해 공범 간 진술 조작이나 증거 인멸 등이 이뤄져 진상 규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달 12일 주거지 등 압수수색 당시 강씨가 수사팀 연락을 피해 압수수색이 다음 날까지 지연됐고,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피의자만 9명인 상황에서 강씨가 관련자들과 여러 차례 접촉해 녹취 내용 등을 언급한 점 등에 비춰 공범 간 말맞추기·회유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강씨에게 돈을 대준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모씨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씨로부터 돈을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이정근(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으로부터는 지원해달라는 전화가 왔는데 거절했다"고 밝힌 점은 공범 간의 증거인멸의 정황이라며 의심하고 있다.
또한 김씨는 2008∼2022년 윤관석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12명에게 총 6천5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민주당 현역 의원 최대 20명이 총 6천만원의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만큼, 이들이 강씨의 검찰 진술 내용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다각적인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주요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강씨의 증거인멸 정황이 명백히 드러난 데다, 사안의 중대성까지 고려하면 신속히 사건 전말을 밝혀내기 위해 강씨의 신병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김 · 도 · 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