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재물과 존경을 한꺼번에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가 함께 주어지는 일은 아주 드물다. 원래 재물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보람되게 쓸 것을 기대하고 하늘이 잠시 맡겨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하늘이 잠시 맡겨둔 것을 잊고 재물을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려고 수전노가 되어 간다.
그 한 예로, 얼마 전에 국내 굴지의 방산업체로 알려진 풍산(豊山)의 대주주인 류진 회장이 있다. 금융감독원의 물적 분할 규제정책 발표가 있은 지 사흘만에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추석 이틀 전 풍산의 물적 분할 공시를 하였다. 물론 소위 개미라는 소액주주들은 오너라는 대주주의 사욕 추구의 악의적 탐욕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뒤통수를 얻어맞고 분노를 하였다.
그런 소동이 있은 후 얼마지 않아 류진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이틀 앞두고 물적 분할을 철회하였다. 이들 개미들은 주주 가치가 훼손되는 꼼수 공시에 당하고, 또 류진 회장의 부도덕하고 무원칙한 처사에 혀를 내두르며 비난을 하고 있다. 물론 DB 하이텍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거지가 밥 한술에 머리를 조아리듯이, 대기업 오너라는 대주주 백만장자가 동전 한 푼에 양심을 파는 경우를 간혹 볼 수가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많이 가진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자신 주위의 사람들에게 내놓아 베풀고 도움이 되는 데 인색하다고 한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빠져나가는 것보다 많이 가진 사람들인 부자들이 천국에 가는 것이 어렵다고 하였는지 모르겠다.
재물은 화려한 꽃과 같다. 화려한 빛을 가진 꽃에 많은 벌과 나비가 모여들 듯이, 재물을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도 뭇 사람들이 모여든다. 하지만 모여든 사람들이 많이 가진 사람을 존경하는 것은 아니다. 재물을 내놓아 베풀지 못해도 존경을 받는 성직자와 정치가들이 있지만, 많이 가진 사람들은 재물을 내놓고 베풀어 존경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재물이 가진 본분을 잊지 않고 행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성직자와 정치가는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얻지만, 많이 가진 사람들은 가진 것의 일부만을 내놓아 베풀고도 존경을 얻으니 수지가 맞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나무가 화려한 꽃을 내놓아 버릴 때 열매를 거둘 수 있듯이, 사람은 재물을 내놓아 나눌 때에 존경을 얻을 수 있다.
법화경에 "전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지금 네가 받고 있는 것을 보고, 다음 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보아라"고 하였듯이, 많이 가진 사람들은 지금 자기 주위의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빈손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빈손으로 떠날 때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종교적으로는 윤회에 있어서 좋은 환생이고 부활일지 모른다.
마치 나무가 꽃을 내놓아 버리고 열매를 거두듯이 잠시 맡겨진 재물을 내놓아 베풀 때에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얻는 것이다.
우리 모두 죽음에 이르러 찬비가 내리고 비바람이 치는 가을날의 나뭇가지에 홀로 매달려 파르르 떠는 나뭇잎처럼 슬퍼하기보다, 평소에 자신이 가진 것의 일부만이라도 내놓아 베풀어 주위로부터 존경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그러면 이승의 마지막을 고하는 영정 사진이 된 후 며칠 지나 저승의 염라대왕 앞에 가서도 이승에서 쌓았던 나쁜 업은 가려지고 좋은 업만이 드러나, 그나마 평가를 받게 되지 않을까 말이다.
深 · 思 · 翁 (심사옹) <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