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주주의 상징 ‘나발니’, 의문의 죽음

- 푸틴의 최대 정적, 시베리아 교도소 이감 후 사망
- 부검 등을 통해 사망 원인 철저 규명해야

 

몇 번씩 죽음의 고비를 넘나 들었던 러시아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47)가 수감중인 시베리아 교소도소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

 

교도소 당국에 따르면, 나발니는 지난주부터 “몸이 불편하다”며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망하기 며칠 전 까지만 하더라도 재판중인 판사에게 농담을 할 정도로 특이한 이상 징후는 없었다고 한다.

 

나발니의 죽음과 관련하여 러시아 교정당국은 성명에서 “나발니는 산책 후 컨디션이 좋지 않아졌다고 말했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며 “의료진이 곧바로 도착했지만 심폐소생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비운의 주인공이 된 나발니는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러시아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푸틴의 최대의 정적으로 꼽혀온 인물이다. 러시아 고위층 비리 의혹을 폭로해 오다 지난 2020년 러시아 국내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독일로 후송돼 20일간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극적으로 살아난 바 있다.

 

1976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계 후손으로 모스크바 근교에서 태어난 나발니는 러시아 민족 우호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러시아 연방정부 산하 금융대학교’에서 금융 등을 전공한 뒤 미국 예일대에서 유학한 국제적인 식견까지 갖춘 인재였다.

 

이후 인권변호사이자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고위인사들의 부패상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으며, 2013년에는 수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도 출마해 28%의 득표로 푸틴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이 됐다.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러시아는, 2022년 연임 규정을 철폐한 이후 정적 제거에는 무자비한 푸틴이 2030년까지 권좌에 앉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에서 최대 정적이었던 나발니가 옥중에서 의문사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는 일제히 나발니의 의문사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깊은 슬픔과 혼란을 느낀다"며 "우리는 모든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 그리고 러시아는 그의 죽음에 대한 모든 심각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발니의 죽음을 "살인"이라고 규정하며 교도소의 환경이 나발니의 죽음을 초래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선을 한달 앞둔 시점에서 러시아는 깊은 혼돈과 수렁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안 · 희 · 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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