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던 1심 판결을 담당했던 박병곤(38)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판사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박 판사는 지난 10일 검사가 벌금 500만원을 구형한 정 의원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정 의원은 “감정적 판결”이라고 반발했고, 법조인들은 “다른 명예훼손 사건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법조계에서는 박 판사가 고교와 대학 때 썼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이를 주도했던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들과, 소셜미디어 활동 내용이 거론되고 있다.
박 판사는 대부분 현 야권 인사들인 문재인 전 대통령,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방송인 주진우씨 등의 트위터 계정을 공유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박 판사의 트위터 계정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판사는 정 의원 혐의는 2017년 9월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 부부가 부부 싸움 끝에 아내 권양숙 여사는 가출했고, 노 전 대통령은 혼자 남아 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글에 “글 내용이 악의적이라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했다.
박 판사는 고3 때인 지난 2003년 10월에 “만일 그들(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싶으면 불법 자금으로 국회의원을 해 처먹은 대다수의 의원들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는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대학시절 학교 신문사에서 활동하던 2004년 3월 13일 서울 광화문에서 ‘미군 장갑차 사망 여중생 촛불 추모행사’에 참석한 뒤 쓴 ‘후기’에서는 “전·의경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라며 “천대 만대 국회의원 해먹기 위해서 대통령을 탄핵시킨 새천년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한나라당 녀석들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논란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정진석 판결’은 판사의 정치 성향이 판결에 반영되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져 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판사도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 있고 판결에도 스며들 수 있지만, 이번 판결처럼 노골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했다.
자유민주주의의 상징적 가치를 보여주는 시민사회의 영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자유회의의 이강호 운영위원은 "헌정 사상 첫 법관신분으로 탄핵소추되었던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사례처럼, 듣도보도 못한 재판개입이라는 덫을 씌워 판사의 독립적 활동에 재갈을 물리려던 세력들의 광기가 엇그제였는데, 이제는 공정한 재판보다는 당시의 광기를 주도했던 진영에 편승한 것으로 보여지는 인물이, 판사라는 직분을 이용해 편향된 정치를 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번 사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권순철 전 국민대 겸임교수는 "법의 지배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로 삼권분립의 헌법정신 마저 파괴했던 문재인 정권의 망령이 또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다"며 "재판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등이 행해질 때, 사법부의 신뢰와 형사제도에 대한 전반적 불신을 초래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법관의 정치적 성향이 이 사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우려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차 · 일 · 혁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