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막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그 개발 속도 또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현대화보다 빠르다는 미국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부소장은 3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비확산교육연구센터 주최로 세종연구소에서 열린 '2022 국제 핵 비확산학회'에서 "우리는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막을 수 없는(unstoppable)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차 부소장은 북한이 장·단거리 미사일 등 각종 핵 투발 수단과 고체 추진체 등 북한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는 다양한 범위의 무기 역량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미국도 미사일을 확대·현대화하고 미사일방어체계도 보완·증가시키고 있다"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진전 속도가 미국이 미사일방어체계를 현대화하는 속도보다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부소장은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군사적 행동은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대북제재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역시 방법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북제재의 실효성과 관련, "북한은 지난 2년 반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국경 봉쇄를 해왔다"며 "북한 스스로 가장 엄격한 제재를 취한 셈인데 이로써 대북제제가 북한을 붕괴시킬 것이란 주장은 약화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최소한 늦추기라도 하려면 외교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학회에 참가한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소장은 현 국제정세를 "미중 경쟁 심화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가 양분화되고 중러관계가 친밀해진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북한으로서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시험하고 발전시키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우려했다.
또 북한은 "만약 우크라이나가 1994년 부다페스트 의정서에 서명하고 핵을 포기하지만 않았어도 러시아가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라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에 안보를 위한 핵무기 보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 정 · 훈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