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是非) 따지는 의인(義人) 없는 세상은 멸망

- 소돔과 고모라가 말하는 10인의 의인
- 의인은 은폐되고 간인이 판치는 세상은 미래 없어

 

성경 창세기에 불경한 죄를 저지르고 타락한 소돔과 고모라는 시비를 말할 수 있는 10명의 의인조차 없어서 멸망을 한다. 아브라함의 긍휼을 베풀어 달라는 간청에도 불구하고 멸망을 당하는데 현재의 세상도 마찬가지다. 법가의 사상을 집대성한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정치사상가인 한비자는 “국가의 안위는 국정의 시비에 달렸다”고 했다.

하지만 공산화의 길을 갔던지 아니면 흥망을 달리했던 대다수의 나라들은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층이 국정의 시비를 말하기보다, 온갖 교언으로 아첨하는 무리에게만 승진과 출세의 자리를 열어주고 재물도 챙길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세상의 부패에 대해 그 시비를 말할 수 있는 의인은 은폐되었고, 큰일은 도모하지 못하면서 이익만 쫓아 움직이며 허황된 말로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층을 기쁘게 하는 간인(奸人)들을 진출시키다 정권이 멸망하였다.

 

오랜 역사에 있어서, 대체적으로 간인은 말을 화려하게 하지만 생각은 얕고 사실보다 꾸밈에 더 신경을 쓴다. 반면에 의인은 말을 단순하게 하지만 생각이 깊고 꾸밈보다 사실에 더 신경을 쓴다. 또한 간인은 달변인 자가 많은 반면에, 의인은 달변보다 눌변인 자가 많다. 이는 생각의 깊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많은 사상가들 중에서 공자, 한비자 등은 대표적으로 눌변이었다.

 

요즘 우리 정치권을 살펴보면 야당은 물론이거니와 여당조차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층에 의인들이 은폐되어 가고 간인들이 진출되는 것 같다. 특히, 정권이 출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벌써 여당관련 인사들 중에는 과오를 인정하고 읍참마속(泣斬馬謖)을 택하기보다, 온갖 교언으로 사실을 호도하여 고식지계(姑息之計)를 택하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물론 야권 인사들도 염량세태(炎凉世態)을 깨닫기 보다, 아직도 지난날의 일장춘몽(一場春夢)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수라장(阿修羅場)을 헤매고 있다. 마치 세상의 시비를 말할 수 있는 의인이 은폐되어 멸망해 간 소돔과 고모라가 달리 없는 듯하다.

 

 

자유민주주의가 성숙된 국가에서는 세상의 시비에 대해 “不言非正(불언비정) 非正不言(비정불언), 말하지 못하면 옳지 않고, 옳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다”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에서는 지도층은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호소하고 일반인은 선동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이로 인해, 이러한 국가에서는 지도층의 시비에 대해 간언을 할 수 있으니 역사는 퇴보하지 않고 늘 진보하였다.

그런데 어느 시대에나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하고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하는 지도층은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부패에 대해 시비를 말하는 의인들이 은폐되어 가도록 방관하고 간인들이 진출되도록 추천하였으나 오자부장(傲者不長, 거만한 사람은 오래가지 못한다)이었다.

 

국가의 지도층은 “是是非非不言時(시시비비불언시) 世上必至重非非(세상필지중비비) 是是非非必言時(시시비비필언시) 世上必至重是是(세상필지중시시),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 말하지 않을 때에 세상은 반드시 더 그르고 그른데 이르고,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 반드시 말할 때에 세상은 반드시 더 옳고 옳은데 이른다”는 경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아주 역동적이면서 경제적으로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아직도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의 시비(是非)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의인이 없는 세상은 반드시 멸망한다.

그러므로 우리들 모두는 국가의 지도층이 간인들은 진출시키고 의인들을 은폐시키지 못하도록 늘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에 우리 모두는 퇴보하지 않고 진보한 역사를 길이 남길 수 있을 것이다.

 

深 · 思 · 翁 (심사옹)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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