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사에 보면 “바른 군(君)이 있는데 위태로운 나라는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고금을 막론하고 아무리 바른 군(君)이었다 하더라도 '바른 신(臣)'이 나오고 '나쁜 신'도 나오는 법이다.
공자는 여러 나라에서 바른 군과 신의 도리를 설파하면서 나라에 해로운 여섯가지의 신과 반대로 나라에 이로운 여섯 가지 신의 유형을 “육사신(六邪臣)”과 “육정신(六正臣)”으로 나누었다.
육사신의 경우, 역할은 제대로 못하면서 자리만 꿰차고 있는 구신(具臣)이 있고, 아첨만 하는 유신(諛臣)이 있고, 남을 잘 헐뜯고 참소를 일삼는 참신(讒臣)이 있고, 반역을 허거나 불충스러운 적신(賊臣)이 있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망신(亡臣)이 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권모술수와 간언을 서슴치 않는 간신(奸臣)이 있다.
이와 반대되는 육정신의 경우, 인격이 고매한 성신(聖臣)이 있고, 마음 씀씀이가 어진 양신(良臣)이 있고, 충성심으로 가득 찬 충신(忠臣)이 있고, 매사에 지혜로이 보좌하는 지신(智臣)이 있고, 지조가 곧고 바른 정신(貞臣)이 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품이 강직한 직신(直臣)이 있다.
예전의 역사에서도 군 그 자신의 무능과 부덕으로 백성의 삶을 도탄에 빠지게 하여 욕을 먹는 자가 있었으며, 그 자신의 사사로운 인정으로 육사신을 가까이 하여 욕을 먹는 자가 있었다. 물론, 춘추전국시대에 한비자가 “국가의 안위는 국정의 시비에 달렸다”고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가 성숙된 오늘날의 법치국가에서도 지도자가 그 자신의 그릇된 신념의 독선으로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는 경우가 있기는 하였으며 현재도 있다.
또한 한비자가 “군주는 그저 상벌이 엄격하고 분명하면 정부를 만능으로 만들 수 있다”고 했지만, 지도자가 그 자신의 사사로운 인정에 끌려 국가의 기강을 파탄으로 내모는 자가 있기도 하였으며 현재도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성숙된 오늘날의 법치국가에서는 지도자가 그 자신의 독선보다 구성원의 다수에 의한 이성적 집단지성에 의해 어떤 일이 판단되고 결정되어야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지 않는다. 만약에 지도자가 그 자신의 사사로운 인정으로 “간사하고 악한 자를 퇴출시키지 못하고, 불초한 자들이 높은 지위에 있게 함”으로써 “정직하고 간하는 자를 진출시키지 못하고, 어질고 밝은 자가 숨겨져 가려지도록 하면”, 국가의 기강은 파탄으로 내몰릴 수 있다.
한비자가 “상등의 군주는 타인의 지혜를 다 쓴다”고 하였듯이, 지도자는 몸소 나서서 일하기보다 늘 깊고 넓은 생각을 갖고 어떤 일을 판단하고 결정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도자는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사리를 분별하고 경중에 따라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육정신을 가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낡은 지도자가 물러나고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였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지 않은데도 '오십보백보'인 듯이 비춰지는 것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인사에 있어서 독선에 의한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이 새로운 지도자조차도 이전의 낡은 지도자가 범한 전철을 답습한다면 얼마지 않아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지도자는 아직 시작한지 얼마지 않으니, 달리는 속도보다 달리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독선에 의한 실수를 범치 말아야 한다.
더 나아가 해변에서 진주를 찾듯이, 위징(魏徵)과 같은 바른 자를 찾아 정관지치(貞觀之治)를 이루어야 할 것이다.
深 · 思 · 翁 (심사옹) <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