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절(寒食節)에 개자추(介之推)를 생각하며

- 뜨거운 음식을 삼가고 차가운 음식만 먹는 날
- 십상시가 아니라 개자추 같은 자를 기용해야

 

진(晉)헌공이 여희(~기원전 677)에 속아 태자 신생을 죽였는데 그 위기가 중이(진문공)에게도 바로 미칠 상황이었다. 이에 진문공은 가신들과 적 나라로 도피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개자추(介之推)(달리 개추(介推), 개자(介子)라고도 함)는 진문공을 수행하며 충언에다 헌신을 다해 모셨다. 진문공이 신하 중 하나인 두수(頭須)의 배신으로 먹을 것이 없어 허기져 있을 때 개자추는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고깃국을 끓여 주군을 받드는 “할고봉군(割股奉君)”을 하였다. 물론 진문공이 적 나라로 도피할 때에 개자추와 아울러 호언·호모·조최·선진도 함께 하였으며, 이들의 목표는 진(晉)으로 하루속히 돌아가서 국정을 바로잡는 것이었다.

 

진문공이 19년의 방랑을 끝내고 진후(晉侯)가 되었을 때, 개자추를 제외하고 탐천지공(貪天之功)하는 4명 등에만 녹봉이 내려졌다. 하지만 개자추는 이에 실망하지 않고 초연히 노모와 함께 면산에 은거하였다. 그의 노모 또한 사정을 알고서 오히려 웃으면서 "역시 내 아들이야. 암! 선비가 공로를 다투는 건 소인배와 같음이니라"고 하며 독자(獨子)와 함께 한 것이다.

 

후일 진문공은 이를 깨닫고 개자추를 면산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 산에 불을 지르기까지 하였으나, 나무 아래에 부둥켜안은 채 소사(燃死)한 개자추 모자만을 만날 수 있었다. 진문공은 자신의 때 늦은 행위를 후회하면서 큰 소리로 하염없이 울면서, 자신의 사람됨이 개자추의 발아래에 있다는 말로 족하(足下)라 하며 탄식하였다. 이후 진문공은 매년 개자추의 기일에는 소사한 그를 기리기 위해 뜨거운 음식을 먹지 않고 차가운 음식만 먹도록 하였다.

이날이 바로 한식(寒食)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근간에 있었던 선거로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이다보니, 누구보다 많이 선거 이야기를 하였지만 정작 표가 있는 민(民)의 삶의 현장에 가서 추위속에 선거 운동을 하기는 꺼렸으면서도 탐천지공(貪天之功)하는 자들이 여기저기 있다. 물론 한가로이 선거의 판세만 살피며 누각에서 진수성찬에 세월만 즐기다가 나타난 자도 있다.

그런데 “곧은 자는 바른 선만 그을 수 있으며(直尺直線), 굽은 자는 굽은 선만 그릴 수 있다(曲尺曲線)”는 것과 같이 “공정·상식”의 바른 선을 그리고자 하면서, 청렴은 도외시된 채 세평에 의한 사람의 기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십상시와 같은 간신이 아니라 서경(書經) 열명편(說命篇)에 “나무는 먹줄을 따르면 곧아지고 군주는 간언에 따르면 성군이 된다(木從繩則正 君從諫則聖)”는 말이 나오듯이, 개자추와 같이 충언에 헌신을 한 청렴한 자를 찾아 기용해야 한다. 언제나 비용만 지불하면 되는 보석상에 진열된 양식 진주가 아니라, 바다 어디에 있을지 모를 진짜 때가 묻지 않은 천연 진주를 찾아야 한다.

 

군자는 무심사(無深思)에 다음 사냥은 생각지 않고, 사냥이 끝났으니 사냥개 잡아먹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을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면 누구보다 전쟁의 대비를 이야기 하였지만, 정작 스스로는 갑옷 입기를 꺼린 자에게 국방정책을 맡겨서는 안 되듯이, 재정 확장정책을 이야기 하거나 반대하지 않은 자에게 재정 긴축정책을 맡겨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예를 들면 누구보다 통일의 대비를 이야기 하였지만 스스로 통일에 소요되는 비용인 세금 내기를 꺼린 자에게 통일정책을 맡겨서는 안 된다. 이는 자신은 고통에 동참하기 싫으면서 남에게만 고통을 아울러 나누고자 하는 것과 같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마치 불을 보듯이 국방정책, 재정 긴축정책, 통일정책이 잘 될 수 없는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군자는 자신이 먼저 청렴하면서도 모름지기는 “정직하고 간하는 자를 진출시키지 못하고 간사하고 악한 자를 퇴출시키지 못하면(正諫者不進 奸惡者不退), 어질고 밝은 자는 가려져 숨겨지고 불초한 자들이 높은 자리에 있게 된다(賢明者隱蔽 不肖者在位)”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深 · 思 · 翁 (심사옹)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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