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과 메이가 히틀러의 딸? 괴담의 시작은 분노

- 메르켈, 메이,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히틀러 딸들?
- 독일과 채무조정 협상 뜻대로 안되자 그리스에서 낭설 퍼뜨려
- 사실무근, 책임지는 언론도 개인도 없어

 

언제부턴가 SNS에 떠돌아다니는 한 장의 사진이 음모론자들 사이 핫이슈다. 전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SNS 사이트에서 발견될 정도다. 이 웃어넘기기에는 괴기스러운 농담은 지금도 각종 블로그 등을 중심으로 무제한 확대 재생산되어 유포되고 있다. 

 

일명 "히틀러의 숨겨진 세 딸들" 이야기...

 

이 이성을 잃은 네거티브 음모론의 시작은 그리스였다. 지난 2015년 국가부도 사태를 맞이한 그리스가 채무조정 협상에서 냉정한 채권자 노릇을 한 독일에 대한 반감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대해 보복성 괴담을 유포시키기 시작했다.

 

메르켈 총리가 히틀러의 딸이며 극단적 공산주의자라는 근거없는 소문을 SNS 등을 통해 퍼나르고 정규 언론들조차 이를 사실인양 보도한 것이다.

 

음모론의 내용은, 메르켈이 인공수정에 의해 태어난 아돌프 히틀러의 딸이라는 사실이 슈타지(동독 비밀경찰) 비밀서류에 의해 드러났다는 것이었다. 

 

그리스 현지 언론인 프로테마는, 네티즌들이 제시한 글과 사진을 근거로 “생체 실험으로 악명 높은 독일 의사 칼 클라우버그가 히틀러의 정부 에바 브라운에게 히틀러의 정자를 인공수정해 메르켈을 낳았다”고 주장한다. 메르켈의 현재 부모는 사실 클라우버그가 선택한 ‘가짜’ 부모이며 소련, 미국이 이 선택에 동의했다는 디테일까지 덧붙였다. 게다가 그리스 네티즌들은 또다른 증거라며 히틀러의 생모 클라라 히틀러와 메르켈 사진을 나란히 늘어놓아 제시했다. 프로테마는 “두 사람이 서로 닮았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몇 년 뒤 이 어처구니 없는 음모론은 더욱 황당한 스토리로 발전했다.  

 

지난 2020년 봄부터 리투아니아 SNS에는 리투아니아 전 대통령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 영국의 전 총리 테레사 메이의 현재 사진과 함께 10대 소녀 3명의 낡은 흑백 사진이 유포되기 시작했다.

 

 

이 세 여성 지도자들이 사실은 히틀러의 숨겨진 세 딸들이라는 근거도 없는 괴담이 완성된 것이다. 이 발전된 음모론이 최초로 발견된 곳은 리투아니아의 한 페이스북이었다. 

 

이 사진을 게재한 사용자는, 자신은 리투아니아의 한 지방언론사가 이 여성 국가지도자들이 사실 같은 학교에 다녔었다고 소개하는 기사를 공유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후에 이 기사를 확인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말이다.  

 

 

사실 이런 출처없는 괴담들은 독일의 황색 언론과 반 메르켈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때 유행했던 소문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확인된 사실은 단 한가지도 없다.

 

그러나 이 연령대가 거의 비슷한 세 지도자들의 콜라주가 온라인에 등장한 것은 리투아니아가 처음은 아니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히틀러가 패전 직후 자신의 연인이었던 에바와 동반자살을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아르헨티나로 도망쳐 신분을 바꾸고 그곳에서 세 딸을 낳아 길렀으며, 히틀러 사후 에바가 재혼을 하는 바람에 서로 다른 가정에 입양된 이 세계적인 여성 지도자들이 각각 다른 성을 갖게 되었다는 이 허무맹랑한 음모론은 어떤 공식적인 확인도, 팩트 체크도 이루어질 새 없이 빠르게 전 세계로 유포됐다. 

 

사실 확인을 위해 리베르타스는 리투아니아 현지 언론들을 샅샅이 뒤졌다. 쉽지 않았지만 드디어 그리바우스카이테 전 대통령의 어렸을 적 사진을 구했다. 

 

 

위의 메르켈 총리와 함께한 소녀들과 메이 전 총리 및 달리아 전 대통령 사이에 공통점이 보이는가?

 

이 모든 괴소문의 시작이었던 그리스 언론 프로테마는, 출처를 요구하는 질문에 대해 “이 이야기는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며 “음모론은 원래 구체적인 사실은 무시해 버리기도 한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며 책임을 피해 갔다.

 

무책임하고 무신경하게 조작된 한 장의 가짜 사진에 매달려 진실을 호도하는 것은 비단 돈에 노예가 되었다는 주류언론들만의 얘기는 아닐 수 있다는 비판이 도처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온 세상이 근거도 없는 각종 낭설에 휩싸인 요즘, 마치 성경에 나오는 "미혹의 영" 심판이 시작된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 주 희 <국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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