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교회에 따른 성탄 기념을 1월 7일에서 12월 25일로 바꾸는 법을 지난 7월 도입하면서 첫 성탄절을 맞이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각 교구 결정에 따라 12월 25일에도 성탄 미사를 드릴 수 있게 허용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국가 차원에서 성탄절을 12월 25일로 법제화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12월 25일에 성탄절을 맞는 것은, 소련 볼세비키 혁명이 있었던 1917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에 편입된 후 세계 표준인 그레고리력과 13일 차이가 나는 율리우스력을 기준으로 매년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해왔다.

이를 두고 전쟁중인 러시아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려고 하는 일환이라는 분석에,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한 신부는 “러시아에서 벗어난다기보다는 우리가 속한 유럽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25을 첫 성탄절로 기념하는 우크라이나의 모습은, 전쟁중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시민들의 모습들로 가득찼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키이우 EPA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에 있는 작은 마을 클라우디에보-타라소베에는 크리스마스트리에 다는 공 모양 장식물을 만드는 공장이 있는데, 전쟁 전에는 생산품의 대부분을 러시아로 납품했으나 전쟁으로 러시아군이 한 달간 이곳을 점령하면서 완전히 가동을 멈췄다고 한다,

현재는 직원의 3분의 1 정도가 돌아와 성탄절을 앞두고 분주하게 일하며, 직원들의 정성스런손길을 거친 트리 장식은 이제 우크라이나 곳곳으로 보내진다.

해당 공장 직원 타밀라는 "장식을 보는 사람들이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승리를 거두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헤냐는 아직 러시아 점령하에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이 "믿고 희망을 가져야 한다"면서 "해방은 반드시 온다"고 자신의 소망을 언급했다.

안 · 희 · 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