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14일 광주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을 기념해 열린 특강에 강연자로 나와 '행동하는 양심'을 강조했던 김 전 대통령을 회상하며 "현 정부를 향해, 담벼락에 대고 욕을 하는 심정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께서는 행동하는 양심을 두고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저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누군가는 저에게 '민주당에 복당하지 마라, 그래야 기소되지 않는다'라거나 '방송에 출연하지 마라, 그래야 처벌받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항하라'는 김 전 대통령의 말씀이 떠올라서 제 나름대로 현 정부를 향해 저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첩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것을 언급한 박 전 원장은 "그런 일은 5·18, 전두환 정부 시절 자행됐다"며 "별도의 컴퓨터를 가지고 와서 자신들이 한 일을 폐기하거나 가지고 나가버렸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까지 최종 발포명령자가 누구인지 명시적인 자료가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 전 원장이 갑자기 광주를 방문하고 때아닌 5.18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해, 한국자유회의 권순철 기획위원은 “지역감정에 기대려는 구태정치인의 모습이 가련하다, 이런 행태를 두고 정치9단 운운하는 현실이 바로 우리정치가 삼류정치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호남지역에서 공명선거에 앞장섰던 대수천(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의 한 인사는, “호남의 민심이 DJ 시절에 빗댄다면 천하의 바보”라며, “2030세대를 중심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 지금 호남지역의 정서”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보안 지침에 따라 국정원 보고서 55건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고, 오는 20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된다.
김 · 희 · 철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