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전 대법관이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지만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사실상 반려 조치했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연루되어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 전 대법관은 지난달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다. 변협은 지난달 26일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 신청 및 개업 신고를 접수하고 적격 여부를 심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변협은 최근 권 전 대법관에게 자진 철회를 요구하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변협은 공문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에 연루돼 변호사법 및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에 변호사 등록 신청을 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도록 변호사 등록 신청을 자진철회할 것을 엄중하게 요구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또한 변협은 "(권 전 대법관이) 스스로 근신하고 자중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관련 의혹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 변호사 등록을 신청함으로써 후배 법조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며 "법원의 명예와 대법관직의 무게를 되새기며 깊이 자숙하는 시간을 보내 주시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퇴임 후 화천대유 고문으로 취임해 변호사 등록 및 개업 신고 없이 고문료를 받는 등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청렴과 공정함의 상징으로 후배 법조인들의 귀감이 되어야 할 전직 대법관의 모습과 지극히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또 "나아가 국민 세금으로 각종 특혜를 누리며 대법관 등 법조 고위직을 지낸 명망가가 퇴임 후 다시 변호사 개업을 해 법정과 재판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후진적 문화도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협 측은 권 전 대법관이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돼 있으나 사법 처리는 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등록 신청을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대신 자진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권 전 대법관이 등록 신청을 철회하지 않으면 변협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변호사법은 등록 신청을 받은 날부터 3개월이 되도록 등록하지 않거나 등록을 거부하지 않은 때는 등록 된 것으로 본다.
한편,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이 불거질 당시 민간개발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고문으로 월 1500만원의 보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권 전 대법관은 2019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유무죄가 5 대 5로 팽팽하게 엇갈릴 때 무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결정적인 의견을 낸 바 있어, 그 대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현재 경기남부경찰청은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 역시 뇌물 혐의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수사 대상이라는 이유로 변호사 등록 신청을 거절할 수는 없기 때문에, 권 전 대법관에게 자진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 희 · 철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