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2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77)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67)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에 따르면 이날 노동당(PT) 후보인 룰라 전 대통령이 48.4%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룰라 전 대통령이 10%포인트 이상 격차로 과반을 득표해 결선투표 없이 승리할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결선 투표에서 승부를 가리게 됐다.
이념적으로 좌우를 대표하는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은 이번 브라질 대선은 ‘남미 좌파 대부’로 불리는 룰라 전 대통령의 귀환이냐, ‘열대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재선이냐를 놓고 전세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1차 투표 결과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예상 밖 선전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10%포인트 이상 앞섰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68만명 이상 사망했을 만큼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아마존 지역에서 무분별한 개발을 방임하거나 지원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고, 경제적으로는 최근 물가 급등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룰라 전 대통령은 과거 부흥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여전히 정치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예상과 달리 박빙이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선전에는 보수 성향 유권자의 숨은 표심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브라질의 사회학자 나라 로베르타 실바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선 투표를 예상한 사람들조차 보우소나루가 이렇게 활약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보우소나루를 위시한 지지세력은 브라질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고 썼다
'샤이 보우소나루 지지자'가 적지 않았다는 1차 투표 결과를 고려하면 결선 투표에서도 그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두 사람은 이제 결선투표까지 4주 남은 기간 1차 투표에서 양대 후보를 선택하지 않은 유권자 약 8%를 놓고 혈전을 벌일 전망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가난한 이들이 좌파 정부보다 우파 정부 하에서 더 잘 살 수 있다는 점을 확신시키는 데 남은 시간을 쏟겠다”고 밝혀 상대 지지층까지 흡수하겠다는 각오다.
룰라 전 대통령은 1차 투표 후 최종 당선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상파울루에서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제시하는 것들을 브라질 사회에 확신시켜야만 할 것"이라며 "싸움은 최종 승리까지 계속되며 그것이 우리의 모토"라고 말했다.
김 · 정 · 훈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