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남성이 국가 책임으로 숨지거나 다쳤을 때, 예상 군 복무 기간까지 포함한 국가배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며, 전사·순직 군경 유족은 향후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과 별개로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의 국가배상법 및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7월 4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24일 밝혔다.
현재는 군미필 남성에게 지급할 국가배상액을 계산할 때 군복무 기간은 잃어버린 장래의 소득(일실이익·逸失利益) 계산을 위한 취업 가능 기간에서 제외되어, 국가 책임으로 사고를 당한 경우 그 사고가 없었다면 일할 수 있는 기간 얼마를 벌 수 있었는지 추정해 배상액을 정할 때 군 복무 기간(현재 육군 기준 18개월)을 빼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같은 사고로 9세 남녀가 사망할 경우 여아의 일실수익은 5억1천334여만원이지만, 18개월의 군복무 기간이 제외되는 남아는 4억8천651여만원으로 2천682여만원이 적다.
이번 국가배상법 시행령의 개정안은 피해자가 군 복무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그 복무기간을 취업 가능 기간에 '전부' 산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러 현행 국가배상법은 이중배상금지 원칙에 따라 군인·군무원·경찰공무원 등이 전사·순직으로 보상받으면 본인과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유족이 국가로부터 위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정비된다.
헌법은 손해를 입은 군경 본인에 대해서만 이중배상금지를 규정하지만, 국가배상법에는 유족도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법무부는 국가배상법에 '유족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추가해 위자료 청구 근거를 만들었다.
법무부는 "헌법이 규정한 범위를 넘은 국가배상법상 이중배상금지 조항의 적용범위를 축소하는 것"이라며 "유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은 전사·순직군경의 권리와는 별개의 독립적인 것이므로 이를 봉쇄하는 것은 법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가와 동료 시민을 위해 병역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은 존경과 보답을 받아 마땅하지만,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불합리한 제도들이 있다"며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그런 불합리한 제도를 적극적으로 찾아 개선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개정 시행령은 공포일부터 시행되며, 시행 당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국가배상 사건에도 적용된다. 다만 시행 전 확정된 판결에는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김 · 도 · 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