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의 일본 국회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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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파·점령군 등, 그릇된 과거팔이들이 판치는데
- 대통령의 역사인식, 한 나라의 운명과 직결
- 노태우+노재봉의 노노라인이 만든 미래는...

 

지난 1990년 5월 25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국회에서 연설한 노태우 대통령의 연설문이 새삼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집권당의 대권후보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친일파니 점령군이니 하는 그릇된 과거팔이에 ​매몰되어 있지만, 30여년전 새로운 한일관계를 함께 만들자고 역설했던 노태우 대통령의 연설은 오늘날 우리에게 큰 울림임에 틀림없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비서실장이었던 노재봉 전 국무총리와 함께 노노라인을 구축하며, 북방정책에 이어 한반도 그랜드 플랜을 하나하나 실현해 나갔었다. 노노라인이 추구하고자 했던 원대한 플랜이 제대로 안착되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대한민국이 이 지경까지 파탄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한 핵과 인권문제를 넘어 유라시아로 뻗어나가는 ‘Korea 一帶一路’를 목도하고 있으리라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우한 코로나' 창궐로 어려운 시기에, 지구촌의 축제인 동경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그날의 연설문을 조용히 정독해 볼 것을 독자들께 권해 본다..

 

김 도 윤 <취재기자>

 

[일본국회 연설문 전문]

 

존경하는 중의원 의장님과 의원 여러분,  

 

나는 대한민국의 국가원수로는 역사상 처음 일본 국회의 연단에 서게 된 것을 영예롭게 생각합니다. 이 의사당은 지난 100년간 일본의 의회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터전이며, 여러분은 이제 세계에서 으뜸가는 번영과 민주주의의 나라를 이룬 1억 3천만 일본 국민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이 연단에 서기까지는 한, 일 두 나라와 동양의 장래를 생각한 많은 선각자들의 꿈과 희생, 역사의 격랑이 있었습니다. 나는 한, 일 양국이 호혜평등 속에 진정한 선린우호를 다짐할 날을 그려온 많은 선인들의 꿈이 실현되도록 역사가 진전되어 온 데 감사하며 깊은 감회를 느낍니다.

 

나에게 이와 같이 귀중한 기회를 주신 중, 참 양원 의장, 여, 야 각 당의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에게 사의를 표하면서 한국 국민이 일본 국민에게 보내는 따뜻한 우정의 인사를 전합니다.

 

나는 한, 일 양국이 상호존중과 이해에 기초하여 이제 가깝고도 가까운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21세기를 앞둔 이 세계의 격변 속에 가장 가까운 이웃은 우리 두 나라가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열어야 한다는 진심에서 오늘 기탄없는 소견을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2차대전의 종전과 함께 한, 일 두 나라는 각각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우리 두 국민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고, 큰 성취를 이루었습니다.

일본 국민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경제대국을 만들어냈습니다.

일본은 과학기술에서도 세계의 선두에 서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일찍이 유럽에서 자라난 자본주의와 의회민주주의의 정신이 이제 멀리 동방의 이곳 일본에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19세기 후반 서양문화가 들어올 때 동양의 선현들은 ‘동도서기’를 이야기하였습니다.

 

일본은 이제 서양을 넘어서겠다는 꿈을 이루고 일본의 문화에 서양문화를 융합하는 독창적인 노력을 계속하여 새로운 문화를 내보이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나는 이 위업을 이룬 일본 국민과 지도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45년 전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한국 국민의 기쁨은 하루아침에 국토분단의 슬픔으로 표변했습니다.

 

그로부터 우리 겨레는 또다른 시련의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1950년 6월 어느 일요일 새벽, 북한의 전면남침으로 전후세계를 대결로 가른 냉전은 한반도에서 치열한 전쟁으로 폭발하였습니다. 3년에 걸친 전쟁의 불길은 수백만의 무고한 목숨과 우리가 가진 것 모두를 앗아갔습니다.

 

1960년대 초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착수했던 우리 국민은 동경올림픽의 장관을 선망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일본의 발전은 우리 국민에게 자신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한국 국민은 수난과 실의를 딛고 일어났습니다.

자원도, 자본과 기술도 빈약했던 한국의 개발에는 많은 어려움과 도전이 뒤따랐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한 세대에 걸친 피땀어린 노력으로 한국은 이제 신흥산업국가로 발돋움했습니다.

우리 국민은 서울올림픽을 12년 만에 동서세계가 함께 모인 훌륭한 평화의 축제로 치렀습니다.

 

38년 전 20개국의 젊은이들이 총칼을 맞대고 피를 흘린 바로 그 분쟁의 땅에서 온 세계 젊은이들은 손에 손을 잡고 서로를 가르는 모든 벽을 넘어 화합의 한마당을 이루었습니다.

 

큰 시련을 딛고 일어서 이룬 우리의 성취는 어두운 역사에 대한 값진 승리였습니다.

한국의 급속한 발전이 수많은 세계 개발도상국가와 사회주의국가에게 하나의 본보기가 되고 있는 데 대해…냉전의 대결과 전쟁에 시달려 온 나라가 인류의 화합에 기여하는 나라가 된 데 대해 우리 국민은 큰 긍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근 40년간 안팎의 숱한 파란 속에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우리 국민의 뜨거운 염원과 투쟁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3년 전 ‘6,29민주화선언’을 시발로 한국의 새로운 시대는 언론과 정치적 자유를 제한없이 열어 놓았습니다.

한국의 민주화는 헌법과 제도는 물론, 사회의 가치체계와 국민의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지난날의 척도로 오늘날의 한국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는 민주주의를 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더라는 체험을 의원 여러분께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그의 시에서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다른 사람은 나의 홍안,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만 당신은 나의 백발마저…나의 눈물마저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어두운 시대를 살았던 이 시인의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처럼 나는 민주주의도 미운 것마저 사랑하는 마음으로 뿌리내려 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민주주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제도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사회를 살아 움직이게 하며 창의와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보통사람이 주인이 되어 스스럼없이 참여하고 그들의 꿈을 이루는 위대한 시대는 민주주의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한국의 민주화는 큰 대가를 치르고 있으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것은 나뿐 아니라 온 우리 국민의 보람이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의원 여러분,

2차대전의 포성이 멈춘 그 때로부터 우리 두 나라뿐 아니라 이 세계도 엄청난 변화를 거듭했습니다. 새로운 세기를 10년 앞둔 이제 우리는 이 세기를 마무리하는 변혁을 맞고 있습니다. 갈등과 대결이 지배해 온 냉전의 역사가 퇴조하고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물결이 세계 곳곳에 넘쳐오고 있습니다. 자유와 번영을 향한 인간의 열망이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동서세계를 가르는 철조망을 걷어냈습니다.

 

소련은 개혁의 큰 물결 속에 있고 동유럽의 경직된 체제는 잇따라 무너졌습니다.

유럽공동체는 경제적 통합을 넘어 정치적 통합으로 가고 있습니다.

동유럽의 변혁으로 ‘통일유럽’의 영역은 소련의 국경에 이르기까지 전유럽으로 확대되어 갈 것입니다.

 

이제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다원적 민주주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되고 있습니다.

이 큰 세기적 변화는 낡은 이념과 체제는 물론 지난 시대의 모든 벽과 국경마저 허물고 있습니다.

 

의원 여러분.

세계의 이 큰 변화는 도전을 함께 수반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냉전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를 대망하고 있으나 그것은 아직 불확실성 속에 가려 있습니다. 오늘의 세계에는 평화와 화해를 향한 염원이 충만하고 이성이 힘의 논리를 지배하기 시작하였지만, 그것이 세계 질서로 형성되기까지는 먼 길을 더 가야 할 것입니다.

 

군축이 진전되고 있으나 핵무기가 인류의 문명을 한순간 파괴할 수 있는 공포는 아직도 제거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경제의 앞날에도 불안이 깔려 있습니다.

이 세계에 전 시대에 없던 번영을 가져다 준 자유무역도 도전을 맞고 있습니다.

세계무역의 불균형은 보호무역의 경향을 강화시켜 무역마찰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역블럭화의 우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통합유럽이 개방으로 나아가기를 바라고 있으나 그 역의 가능성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며, 앞으로의 세계에서 유럽과 소련의 향방은 우리 모두와도 무관하지 않는 일일 것입니다. 이 모든 변화와 도전을 보면 우리 두 나라의 공동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일본은 이제 세계 최대의 원조국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부국의 책무’를 이행하려는 일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세계에 기여하는 일본’은 비단 경제적 면에서뿐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앞장서 실험하는 나라가 되는 것을 말할 것입니다.

한국 또한 새로운 위상과 능력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해 나가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의원 여러분.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이 오게 하는 r서은 우리 국민의 지상과업일 뿐 아니라 세계와 이 지역에 우리가 기여할 으뜸가는 과제일 것입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한국처럼 침략과 전쟁, 대결체제로 고통받아 온 나라는 이 지상에 드물 것입니다.

평화는 한국민의 절실한 소망입니다.

우리는 평화를 이룸으로써 이 세계가 우리에게 준 시련에 답하려 합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이 세기 안에 반드시 이루려 합니다.

 

냉전체제의 타율에 의한 민족의 분단상황은 다음 세기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모두가 어렵다고 여겨 온 동서독일의 통일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듯이…전쟁의 위험이 도사린 분단된 땅에서 인류화합의 올림픽이 열렸듯이…한반도에 통일의 날은 올 것입니다.

 

세계에 넘치는 화해의 물결에도 한반도의 휴전선은 얼어붙은 땅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 냉엄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도 머지않아 변화할 것입니다. 북한은 개방된 세계로 나올 것이며, 또 우리는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 갈 것입니다.

북한은 더 이상 우리와 적대, 대결하는 상대가 아니라 같은 동포로서 번영을 함께 이루는 우리의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결코 북한의 고립을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 민족인 남북이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이루어 자주, 평화, 민주의 원칙 위에서 통일을 이룩할 것입니다. 이 세계의 급변과 우리 민족의 충만한 통일염원을 볼 때 남북관계에 전기가 마련되면 민족통합으로 급속히 나아갈 것입니다.

 

한국은 지난해 이후 동유럽 여러 나라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소련, 중국과도 관계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북방정책은 이들 나라와의 공동번영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남, 북 관계개선과 통일을 위한 여건조성에 기여할 것입니다.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이 오는 날 동아시아와 세계에 진정한 평화가 올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나는 작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는 시기에 동서유럽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자유와 평화, 개방과 번영을 향한 역사의 거센 물결을 실감하였습니다.

 

그 변혁의 현장에서 나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장래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동북아시아는 지난 100년간 다섯 차례의 큰 전쟁을 치렀습니다.

전후 이 지역에 평화를 지켜준 것은 힘의 균형이었습니다.

새로운 화해의 움직임에 따라 이 지역에서 초강대국의 역할조정과 정책변화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와 협력을 위한 구조적 변화가 현실로 이루어지기까지는 많은 벼수를 안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한, 일 양국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본격적으로 펼쳐가야 할 것입니다.

 

나는 1988년 유엔총회에서 ‘동북아 평화협의회의’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 협의체의 실현에는 북한의 태도변화 등 정치적 여건의 성숙에 시일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 가능한 나라, 가능한 분야부터 공동이익을 실현할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동북아시아 국가들간의 협력은 아시아, 태평양시대의 밝은 미래를 여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아시아, 태평양지역이 새로운 세기, 이 세계 문명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 있어 왔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현실로 되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무한한 잠재력 위에 발전의 활력이 분출되고 있습니다.

국제정치의 다극화와 지역적 통합의 추세로 보아 이 지역에 공동체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시대적 흐름일 것입니다.

 

일본과 한국의 21세기도 아시아, 태평양의 평화와 번영과 직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한, 일 두 나라는 동반자로서 태평양시대를 앞장서 열어 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 지역의 개방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모든 나라에게 도움을 주는 효율적인 협력의 틀을 이루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 두 나라간의 관계는 양국간의 과제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 태평양협력의 바탕인 동시에 그 핵심적인 부분이 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한-일 양국이 새로운 국가건설을 시작한 지 45년, 두 나라 관계도 크게 변화했습니다.

국교정상화 이래 지난 4반세기 동안 양국관계는 급속히 발전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두 나라 관계는 상호의존적이며 서로에게 혜택을 주는 것임을 우리 모두 확인해 왔습니다.

 

경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한, 일 양국은 이제 서로 미국 다음가는 두 번째의 교역국이 되었습니다.

세계 10대 교역국에 들어선 한국은 일본기업에게 연간 170억 달러의 시장이 되었습니다.

25년 전 일본의 대일수출이 불과 2억 달러였던 것을 생각하면 한국의 발전은 일본의 번영에도 도움을 주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번영하는 나라가 가까이 있는 것은 일본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입니다.

한국의 발전은 동아시아 경제권의 지위를 강화할 것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교역과 경제협력이 지속적으로 확대, 강화되도록 여러분이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 일 간에는 만성적인 무역불균형의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에 대해 시장개방과 무역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도 이처럼 정책적 의지를 갖고 불균형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조치를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일본이 경쟁을 꺼려하여 기술이전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의 수출증대가 해외시장에서 일본기업에게 다소의 경쟁을 불러오는 면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견일 뿐…그것은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우리의 수입을 유발해 왔습니다. 한국의 경제발전이 일본의 국가이익에 합치한다는 인식하에서 일본의 기술이전과 기초과학 협력을 촉진하여 주기 바랍니다.

 

두 나간의 관계발전은 비단 경제분야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한 해 200만 명의 양국 국민이 상대국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모든 부문에서 두 나라 국민간의 교류와 협력이 고무적으로 증대되어 왔습니다. 젊은 세대 간의 교류가 확대되고 한국과 일본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연구와 열의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두 나라 관계는 정치, 경제적 협력의 차원을 넘어 각분야 모든 국민이 교류하며 협력하는 포괄적인 선린우호의 시대로 이행해야 합니다.

 

의원 여러분.

모든 것이 변화하고 많은 것이 발전하였음에도 우리 두 나라 국민간에 진정한 우정을 가로막는 마음의 벽이 남아 있습니다.

 

전후 45년이 지난 이제 세계대전을 치렀던 유럽 각국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이 시점까지, 우리 두 나라 국민간에는 잘못된 과거에 대한 인식과 감정이 정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대의 잔재가 두 나라 관계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국민학교에 갓 들어간 한국 어린이가 일본식 이름 아닌 자기 이름을 썼다 하여, 어머니로부터 익힌 자기 나라말을 했다 하여, 선생님의 회초리를 맞아야 했던 아픔을 여러분이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날 어두웠던 시대, 우리 민족이 겪은 더 큰 고통과 시련, 그 엄청난 비극을 지금 이 자리에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나라를 지키지 못한 스스로를 자성할 뿐, 지난 일을 되새겨 그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려 하지 않습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는 것은 진실에 바탕한 두 나라 국민의 참된 이해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밝은 미래를 열자는 것입니다.

 

프랑스인, 독일인, 영국인이 이제 하나의 유럽인이 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진실의 힘으로 잘못된 과거를 분명히 씻음으로써 새로운 역사의 창조에 함께 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나간 일은 신도 바꿀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오늘의 우리가 지난 일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하기에 따라 지난날의 속박을 끊고 과거의 잔재는 치울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용기와 노력이 필요할 뿐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내가 특히 이 자리 여러분에게 말씀드리는 것은 지난날의 역사로 인해 일본에 살게 된 70만 재일 한국인의 문제입니다. 이들은 일본국민과 함께 전쟁의 고통을 겪었으며, 전후 일본의 재건과 발전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들이 사이좋게 이웃으로 이곳에서 불편없이 살게 될 때 우리 두 나라 국민은 한, 일 우호를 가슴으로 느낄 것입니다.

 

일본은 지난날의 일본이 아니라 이제 새로운 일본이 되었습니다.

역사와 세계에 대해 열린 일본은 아시아와 세계의 인식을 새롭게 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맑은 날 부산의 해변에 서면 수평선 위로 대마도의 푸른 섬이 보입니다.

일본 쪽에서는 부산의 불빛이 보일 것입니다.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 그 아득한 시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두 나라 사람들은 이 좁은 해협을 건너 교류하며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살아 왔습니다.

한반도의 고대문물이 일본열도로 건너갔고, 일본의 근대화 물결이 한반도로 건너왔습니다.

 

조선 통신사는 도쿠가와(덕천) 막부의 쇄국정책 하에서도 에도(강호)에 들어갈 수 있었던 유일한 외교사절이었습니다. 이즈하라(엄원)로부터 에도에 이르는 먼 길은 우정의 만남으로 이어졌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불행했던 시기는 우호선린의 오랜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이었습니다.

 

일본의 속담에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물레방아를 돌릴 새로운 물은 쉼없이 흘러오고 있습니다.

우리 두 나라 간에 진정한 선린우호의 시기는 이렇게 하여 다시 열릴 것입니다.

 

일본인이 소중하게 가꾸어 온 다도에는 고대 한국도공들의 숨결이 깃든 다기와 일본민족의 청정한 정신과 도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민족의 피해의식이나 우월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자연의 조화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생명이 있을 뿐입니다. 참된 이웃이란 바로 이러한 관계를 뜻할 것입니다.

 

공통의 이상을 나누고 있는 우리 두 나라는 이러한 관계 위에 세계로, 미래로 손잡고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으로, 믿음을 나누는 친구로 더욱 평화롭고 번영하며 자유와 행복이 넘치는 세계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다음 세기 동경을 출발한 일본의 젊은이들이 현해탄의 해저 터널을 가로질러 서울의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북경과 모스크바로, 파리와 런던으로, 대륙을 잇고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우정어린 동반여행을 하는 시대를 우리가 만들어 나갑시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노 태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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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생각] 죽었던 남북통신선이 살아난 까닭은
기자에게 문득 연락이 왔다. 2020 동경올림픽에 관한 전언이었다. 내용인즉슨, ‘김여정을 모셔오려고 온갖 노력을 다 했는데 물거품이 됐다, 이웃집 잔치를 강 건너 불구경 내지 마실 물에 재 뿌리는 식의 행태가 남북이벤트 무산 탓’ 이라는 거였다. 일리는 있어 보인다. 암행해야할 국정원장이 뜬금없이 공개행보로 일본을 다녀오는가 하면, 미국과의 조율도 꾀하던 모양새여서, 북한과 관련된 특별한(?) 이유 없이 땀나게 움직일 이유는 없어 보여 더욱 냄새가 났었다. 일이 단단히 틀어지긴 틀어진 모양인데, 그래도 미련은 남게 마련인 법, 얼마 남지도 않은 남한정국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뭔가 괜찮은(?) 정치이벤트 하나쯤은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남북공감대가 형성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녹록치 않은 북한내부 현실도 큰 고민거리일거다. 북한내부의 소식통은, 그나마 잘 산다고 하는 북중 국경지역의 대도시 신의주에서도 일명 꿀꿀이죽으로 연명한다는데 다른 도시는 보나마나다. 조금의 과장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하루에 50명 정도는 굶어서 죽어가고 있다고 하니, 그냥 빈 소리는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김정은의 행보도 심상찮다. 우울증과 불안증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