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호의 교양나누기]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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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두툼한 책 한 권을 소개한다. 691쪽에 이른다. 그런데 매우 재미있는 책이다. <그레이트 게임>이라는 책인데, 부제가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숨겨진 전쟁”이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소련 붕괴 후 독립한 이른바 탄(tan) 5개국들의 지역이다. 그레이트 게임은 이 지역에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에까지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서 벌어진 대영제국과 러시아제국의 치열한 각축을 다루고 있다.

 

 

양은 많지만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이야기라 전혀 어렵지 않다. 사전 지식이 별로 없어도 된다. 수많은 인물들이 펼치는 인간 드라마로 읽어도 좋다. 야심가들, 그리고 스파이들이 등장하고 첩보공작에 갖가지 모험담이 더해진다. 그런가 하면 격렬한 전쟁도 나온다. 대하드라마다.

 

그런데 이 책은 생생한 실례를 기반으로 한 국제정치학적 교훈을 가득 담고 있다. 추상적인 논리가 아니라 살아서 작동하는 지정학의 현장을 볼 수 있다.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의 의지가 충돌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역사책이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방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딱딱하지 않아 마치 삼국지연의를 연상케 한다.

 

 

새로운 게임이 시작됐다는데…

 

19세기 후반 절정을 이룬 이 그레이트 게임은 1907년 영러협약으로 일단 종료된다. 하지만 저자는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냉전 종식 후 중앙아시아는 다시 국제무대에 등장했는데, 다시 한 번 이곳의 자원을 겨냥한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이다. 이 게임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지고 승자는 누가 될까? 그리고 우리는 이 새로운 게임에 어떻게 임해야 할까? 먼 곳의 일이니 남의 일이려니 하면 될까, 아니면 관심을 가져야 할까?

 

그런데 중앙아시아는 우리와 무관한 지역이 아니다. 먼 옛날부터 우리는 초원 벨트를 통해 그곳과 교류가 있었다. 그곳 사람들의 얼굴이 새겨진 유리구슬이 경주에서 발견되었다. 근현대 시기에는 소련에 의해 강제로 이주되어 내던져진 까레이스키 즉 고려인들의 정착지이기도 하다.

 

한편 그곳의 중심국가인 우즈베키스탄은 좀 색다른 이유로도 우리에게 또 다른 인상을 갖게 했다. 한류다. 한국드라마와 KPOP 열풍이 그곳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많은 한국어학당이 있고 젊은이들은 한국을 꽤 동경한다고 한다. 한국인들과의 국제결혼도 드물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 피터 홉커크(Peter Hopkirk)의 이력이 매우 흥미롭다. 영국인으로 1930년생인데 영국령 아프리카에서 하급 장교로 복무했다. 쿠바와 중동의 비밀경찰 감옥에서 복역한 적도 있고, 테러리스트에 의한 납치도 겪었다. 중앙아시아와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란, 터키 등을 다 누볐다. 전업 작가가 되기 전에는 <데일리 익스프레스>의 뉴욕특파원으로 근무하기도 하고, 영국 최고권위지로 꼽히는 <더 타임스>의 중동․극동 전문기자로 일했다. <실크로드의 악마들>이라는 책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런데 <콘스탄티노플 동부의 비밀 첩보 활동>이라는,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운 저서도 있다.

 

 

이 강 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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