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는 과연 독립의 격(格)을 갖추고 있는가

- 기미년 선언... 힘이 없어 ‘독립’ 이루진 못해
- 오늘에 이르러...
- 부국강병 외면, 적(敵)의 선의(善意)만 살펴
- 국민 ‘편 가르기’로 구심점 잃어가는 리더십
- 왜국(倭國)에 징징대기 앞서 스스로 물어야

 

“기미년 삼월일일 정오 /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 독립 만세...”

 

“吾等은玆에我朝鮮의獨立國임과朝鮮人의自主民임을宣言하노라.此로써世界萬邦에告하야人類平等의大義를克明하며此로써子孫萬代에誥하야民族自存의正權을永有케하노라...”

 

  1919년 3월 1일 우리의 선대(先代)는 나라의 ‘독립’을 선언했다. 왕(王)들과 그 언저리 양반들이 말아먹고 팔아넘긴 주권을 찾고자 백성(百姓)들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이어지는 4반세기 동안 식민(植民)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선언’만 했을 뿐, 그 ‘선언’을 뒷받침할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의지’는 남아있었기에 비록 남의 힘을 빌렸지만 해방(解放)을 맞을 수 있었다.

 

 

  해방이 곧 ‘독립’은 아니었다. 천신만고(千辛萬苦) 끝에 ‘독립’을 이뤘다. 비록 미완(未完)이고, 절반(折半)인 채였지만... 불세출(不世出)의 혁명가가 외교를 주도했다. 드디어 ‘국민’(國民)이 되었다.

  그러나 그 ‘절반의 독립’마저도 빼앗길 위기를 맞았다. ‘인민’(人民)이 될 수 없기에, 맨주먹 붉은 피로 위기를 넘겼다. 한 번 더 남의 소중한 도움도 받았다. 이를 악물었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 시작했다.

  아침이 조용했던, 즉 게으른 나라에 ‘새벽종’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걸출한 지도자가 이끌었다. 먹고 살만해졌다. 남부럽지 않게 됐다. ‘독립’을 걱정할 고비는 넘겼다고 믿게 됐다. 나머지 절반은 늘 아쉬웠지만...

 

  그리고 이런저런 크고 작은 풍파(風波)를 겪으며 오늘까지 왔다. 밀물 같이 터진 ‘만세’로부터 일백년 하고도 두해가 더 흘렀다. 그러나...

 

  나라를 세우고 70여년이 지난 이즈음, 절반을 채운 완전한 ‘독립’은커녕 그 절반마저도 날아가 버리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들 한다.

 

  반도(半島)는 언제나처럼 요동친다. 기미년 정오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쭉 그랬듯이... 이른바 ‘지정학적(地政學的) 갈등’의 한복판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요즈음 해양과 대륙 세력의 대치는 더욱 첨예화되어 간다. 더군다나 ‘완전 독립’을 방해하면서 절반마저 가로채려는 북녘 패거리는 핵무장까지 마쳤다. 이런 와중에...

 

 

  ‘독립’의 원천인 ‘부국강병’(富國强兵)의 역사적 진리를 묻어버리려 한다. ‘독립’의 중요한 버팀목이 되어 온 ‘동맹’(同盟)을 내치고 싶단다. 적(敵)과의 대화·협상, 더하여 거의 아부(阿附)에 가까운 협력이 ‘평화’를 보장할 거라고 강짜를 부린다.

 

“안민석, 윤미향, 김남국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강욱 등 열린민주당 의원 등 총 35명의 범여권 의원들이 북한 김정은의 반발 등을 이유로 다음 달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1월]18일 ‘필요하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처음 밝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세계 모든 지도자들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

 

  적(敵)이 원하면, 그야말로 뭐든지 하겠다는 결의(?)가 넘친다고나 할까. 심지어 나라의 방위와 국민의 생명을 ‘적(敵)의 선의(善意)’에 맡겨도 된다는 배짱이 전혀 놀랍지 않게 됐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 ‘단결’(團結)은 결딴이 나고 있다고 저잣거리에서 수군거린다. 일부러 편 가르기를 해 댄다고 한다.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내 편과 네 편을 구분하는데 이골이 났다고 이죽거린다.

  그래 놓고, 그걸 즐기며 선거마다 써 먹는다는 지청구를 들으면서도 얼굴색조차 변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혀를 내두른다.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니네편은 내팽개쳐도 된다는 고약한 심뽀가 훤히 드러나 보인다. 그러니 국민들의 ‘마음’은 구심력을 잃어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한탄이 높아간다. ‘리더십’이란 용어가 무색해지고 있다.

 

 

  엊그제야 비로소 세계로 치면 뒤에서부터 순위를 매기는 게 훨씬 빠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에는 꼴찌로 돌림병 ‘백신’(vaccine)을 접종하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국내 처음으로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장을 찾았다... 이날 서울 마포보건소에서 진행된 백신 접종 현장에서 문대통령은 이 병원 1, 2번 접종자의 접종을 지켜봤다...”

 

  국민들이 여러 걱정들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지경에 잘난 척이냐며, ‘백신 접종 1호’도 아닌 ‘접종 구경꾼 1호’라는 비아냥이 돌아다닌다. ‘방역’(防疫)이라는 백병전(白兵戰)이 한창인데, 앞장서길 포기한 채 부하들의 싸우는 모습을 웃으며 구경하는 지휘관의 모양새가 됐다고들 구시렁거린다.

  ‘접종 1호’였던 동맹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지휘관들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으려나. 적당한 비유가 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길...

 

“한 마리 사자가 이끄는 토끼의 무리는 한 마리 토끼가 지휘하는 사자의 무리를 이긴다.”

 

  북녘의 그 녀석이 이 나라 동맹국 대통령에게 적어 보낸 친서(親書)가 공개됐다고 했다. 2019년 여름이었다. 그 녀석의 아래와 같은 자신감이, 과연 손아귀에 움켜쥔 핵무기에만 근거한다고 할 수 있겠나?

 

“현재와 미래에 한국군은 나의 적(敵)이 될 수 없다. 당신이 언젠가 말했듯이 우리는 특별한 수단이 필요 없는 강한 군대를 갖고 있고, 한국군은 우리 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그 녀석도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에 불과하다만... 허접한 적(敵)의 수괴(首魁)에게 이렇게 멸시(蔑視)를 당하면서, ‘완전한 독립’ 쟁취는 고사하고 ‘절반’이라도 지켜낼 수 있겠는가.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외면한 채, ‘동맹’(同盟)을 멀리하고, 국민들을 ‘편 가르기’하면서, 과연 선대(先代)들이 자손만대(子孫萬代)에 가르치고자[誥하고자] 했던 뜻을 받들어 구현(具現)할 의지와 자격을 논할 수 있는가.

 

  왜국(倭國)에다 대고 참회(懺悔)와 반성(反省)과 사과(謝過)를 구걸(?)하며 또 다시 징징대기에 앞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절박함이 밀려오는 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 외쳤듯이, 답은 이 나라 ‘국민’(國民)들에게서나 찾을 수밖에 없지 싶다.

 

“우리 대한은 태풍을 만난 배와 같다”

“국민 모두가 자신의 책임을 깨달아야 한다”

“국민이 힘쓰면 문명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국민이 깨어 있어야 나라를 보전할 수 있다”

 

  러일전쟁(1904. 2. 4~1905. 9. 5)이 발발하고 며칠… 이미 끊어진 조국의 명(命)줄을 이어보고자 한성감옥(漢城監獄)에서 필(筆)로써 사자후(獅子吼)를 토(吐)했다. 스물아홉 나이의 ‘혁명가’가 그의 책 ‘독립정신’에서 펼친 화두(話頭)들이다.

 

李  斧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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