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정신승리’... 원대한 ‘희망고문’

- ‘예전대로’와 ‘예상대로’가 잘 어우러졌다고...
- 스스로 채점한 ‘국정 성적’은 높아만 갈 듯
- 북녘의 핵무력에는 ‘평화’와 ‘상생’으로 대응
- “회복과 포용과 도약의 위대한 해”라는데...

 

  다소 번거롭더라도 낱말풀이부터 시작한다.

 

  ▷쉬다 : 음식 따위가 상하여 맛이 시금하게 변하다.

  ▷흰소리 : 터무니없이 자랑으로 떠벌리거나 거드럭거리며 허풍을 떠는 말.

  ▷정신승리(精神勝利) : 경기나 경합에서 겨루어 패배하였으나, 자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자신은 지지 않았다고 정당화하는 것을 이르는 말.

  ▷희망고문(希望拷問) : 안될 것을 알면서도 될 것 같다는 희망을 주어서 상대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

 

  새해가 되고 며칠이 지났다.

 

“새해에는 분명히 다른 해가 될 것입니다.”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

“한국판 뉴딜이 본격 추진되면 대한민국은 전국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저런 말씀을 들으면서 머리칼이 쭈뼛 솟고, 등골이 써늘해지는 느낌을 받은 ‘국민’들이 많았다고 한다. ‘경험에 의한 학습’의 효과라고 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강한 충격과 ‘자랑 끝에 불난다’는 속담의 현실화에 대한 두려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지 싶다.

 

  누군가는 “예전대로야”라며 피식 웃었다. 한편에서는 “예상(豫想)대로네”라고 궁시렁거렸다. 그래서 ‘쉰년사’라고, 또한 ‘흰년사’라며 대수롭지 않게 흘려 넘겼다고 한다.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들 수군거렸다고. 

  다만, 풍성한 말따먹기와 ‘자화자찬’(自畵自讚)에 앞세워지고 이용당한 ‘국민’임이 부끄러울 뿐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방역’이라며 성과랍시고 숟가락을 얹기에 앞서, 최소한 그 돌림병으로 사망한 1천여 ‘국민’들에게 애도의 표시 정도는 있어야 했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갑자기 ‘백신 자주권’을 들이대는 이유가 뭔지도 아리송하단다.

 

 

  스스로 채점한 화려한 ‘경제 성적표’를 내세우기에 앞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갈구하는 청년들의 심정을 한번쯤은 헤아렸어야 맞다고들 했다. 텅빈 동네 상가와 시장통, 그리고 도심 곳곳에 늘어가는 ‘임대문의’(賃貸問議) 간판의 사정들을 살피는 게 먼저라고 얼굴을 붉힌다.

 

  여기에다가 “14년 만에 주가 3000시대”와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국민들이] 낙심”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며, 앞날이 더욱 헷갈리게 됐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다가...

 

  이런 대목에서는 어안이 벙벙하다며 고개를 내젓기도 했단다.

 

 “사회가 공정하다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함께 사는 길을 선택할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로 혁신의 힘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공정의 힘을 믿으며 그 가치를 바로 세워가고 있습니다. 권력기관 개혁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일입니다. 법질서가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공정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공정·평등·정의 등등... 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에서는 누구나 입에 올릴 자유와 자격을 갖는다. 그렇지만 자유·자격과 염치(廉恥)는 엄연히 다르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바로 염치다.

 

  허긴 ‘문주주의’(文主主義)가 된 차제에 ‘염치’를 바래는 건 이미 사치(奢侈)였을지도 모른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국민’들의 불찰이나 탓해야 될 듯하다. 그리고 ‘국민’들의 기억력을 시험하는 말씀도 이어졌다는데...

 

“전쟁과 핵무기 없는 평화의 한반도야말로 민족과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의무입니다... ‘평화’가 곧 ‘상생’입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은 대화와 상생 협력입니다...”

 

  북녘의 세습독재자가 그 무슨 ‘조선로동당 제8차 당대회’라는 데서 “핵무력 건설 대업”을 장황하고 자신 있게 떠벌린지 사흘 남짓이다. 하지만 북녘 핵위협의 심각성은 차치하더라도 ‘비핵화’(非核化)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시지 않았단다. ‘핵무기 없는’이라 했으면 됐다고? 아무튼 좋다.

 

 

  핵무기를 손아귀에 움켜쥔 채 눈을 부라리는 족속과의 ‘평화’와 ‘상생’이라... 그것도 대화와 협력을 핵심 동력으로 하여... 그 ‘평화’와 ‘상생’의 실체는 너무나 뻔하고, 여러 전문가들이 설파했던 관계로 생략하기로 하자.

 

  한마디만 보태면, 북녘 ‘백도혈통’(百盜血統) 유(類)의 빨갱이들이 짖어대 온 ‘평화’라는 게 “상대방이 완전하게 제압된 상태”를 의미한다질 않던가?

 

  이외에도 그 ‘신년사’(新年辭)에서는 여럿 아름답고 수려한 단어와 문장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마지막을 장식했다고.

 

“지난해는 위기에 강한 나라, 대한민국을 재발견한 해였습니다. 2021년 올해는 회복과 포용과 도약의 위대한 해로 만들어 냅시다.”

 

  그러자, 많은 ‘국민’들은 “크게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면서도 허공에 대고 마구 투덜댄다는 풍문이 돌고 있단다. 물론 그 투덜거림이 마스크 때문에 입 밖으로는 나오질 못하고, 가느다랗게 새나온 것조차도 매서운 추위로 인해 얼어버렸다는데...

 

 

  “진정한 반성이 사라진 ‘위대한 정신승리(精神勝利)’야말로 앞날이 그저 그럴 ‘원대한 희망고문(希望拷問)’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李  斧 <主筆>

 

핫 뉴스 &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