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호의 이념과 역사]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는?

- 인간만의 특질 침팬지에게서 거의 다 발견
- 도구, 문화, 의사소통체계, 불, 정치까지도 공유
- 그렇다면 인간을 인간 답게 만드는 진면목은?

 

 

이 · 강 · 호

 

이제 창세기 이야기와는 다른 각도에서 인간을 살펴보자. ‘신과 인간’ 사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는 ‘침팬지와 인간’이라는 창을 통해서다. 침팬지와 인간, 두 영장류의 DNA는 98%까지 동일하다. 이 2%의 차이가 인간의 그 무엇일까? 그렇긴 하지만 수치상으론 좀 작아 보인다. 사실 인간은 다른 영장류와 지나치게 유사하다. 인간만의 특질로 보았던 많은 요소들이 침팬지 등 대형 유인원뿐만 아니라 그보다 덜 진화한 원숭이에서도 발견된다.


“털 없는 원숭이”라니

 

영국 동물학자 데스몬드 모리스(Desmond Morris, 1928~)는 인간을 아예 “털 없는 원숭이”라고 했다. 영국 포유류 박물관 관장을 지내던 1967년, 그 같은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자극적 제목만큼이나 관심을 끌면서 세계적으로도 히트를 쳤다. 하지만 당시 반발도 좀 세게 일었다. 인간을 그저 ‘짐승’인 양 다루냐는 것일 터였다.

 

인간의 인간으로서의 독특성이 “털이 있고 없고“에 있다 하면 좀 짓궂기는 하다. 인간이 스스로를 지나치게 특별하게 여기는 데 대해선 경계가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차이를 아는 게 곧바로 오만은 아니다. 유사해 보이는 존재와의 차이를 아는 것은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연결된다. 그런데 이게 만만치는 않다.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Henri-Louis Bergson, 1859~1941)은 도구를 만드는 존재라는 뜻의 ‘호모 파베르(Homo Faber)’로 인간을 정의하기도 했다. 그냥 지혜(Sapiens)가 아니라 도구(Faber)를 사용하는 게 더욱 인간다운 특징이라는 거였다.

 

인류학에서도 도구의 사용을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잣대의 하나로 간주했다.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등 도구를 기준으로 한 시대구분도 널리 통용된다.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1928~1999)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선 인간의 조상인 유인원이 처음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이 멋있게 묘사된다.

 

그런데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개미집 구멍에 나뭇가지를 집어넣어 개미를 잡아먹는다. 뿐만 아니다. 단단한 껍질을 가진 열매를 돌을 사용해 깨뜨려 먹기도 한다. 어떤 침팬지 무리가 몇 세대에 걸쳐 한 곳의 바위 위에서만 열매를 깨뜨려 먹어 바위가 움푹 패여 있는 사례도 있다.

 

동물에게도 문화가 있다

 

문화는 어떨까? 확실히 인간은 문화적 존재다. 인간에겐 어떤 점에선 생물학적 유전보다 문화적 유전이 더 중요하다. 생물학적 DNA에 빗대어 문화에도 밈(Meme)이라는 자기복제자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영국 생물학자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1976)에서 처음 제시한 이론인데 인류학자들 가운데도 동의하는 사람이 많다. 고도로 발달한 복잡한 문화체계와 전승구조는 인간집단의 두드러진 특징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다소 과도한 일반화의 오류를 각오하고 확대해서 보면 동물에게도 문화라 할 만한 게 있다. 침팬지는 물론 많은 영장류가 서식지의 조건에 따라 각각 독특한 삶의 양식을 갖고 있다. 만약 단지 타고난 본능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습되고 세대전승으로 이어지는 삶의 양식을 문화라 한다면 이들에게도 그런 것이 있다.

 

영장류만이 아니다. 코끼리도 나름의 문화가 있다. 코끼리는 문화 밖에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특정의 코끼리 무리는 물을 구할 수 있는 곳, 염분을 섭취할 수 있는 장소 등을 대대로 전승해 준다. 그래서 무리에서 탈락하게 되면 사실상 생존이 힘들게 된다. 이런 예들은 그 외에도 많이 있다.

 

동물도 의사소통체계가 있다

 

동물에게 나름의 의사소통체계도 있다. 침팬지는 여러 가지 구분된 소리와 동작으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이들에게 인간의 언어를 습득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는 영장류 학자도 있다. 아프리카의 어느 도시 주면 밀림에 서식하는 침팬지가 매달 도시 외곽 쓰레기터에서 버려진 잡지를 보더라는 웃지 못 할 보고도 있다.

 

코끼리는 특유의 저주파음을 사용해 의사소통을 하는데, 고래도 비슷하다. 어느 고래학자는 만약 외계인이 언어를 주제로 지구 생물을 연구한다면 혹등고래의 신호체계가 가장 고도화돼 있다고 볼 것이라 말한다. 인간이 그 내용을 해독하지 못할 뿐, 집단적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종류의 동물은 의사소통을 위한 나름의 신호체계가 있다. 인간의 언어와 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불은?

 

<불을 찾아서>(1981)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었다.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 불을 접하고 마침내 두려움을 넘어 스스로 불을 지펴 사용하게 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묘사된다. 분명 인간은 동물 가운데 불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용하는 유일한 종이다.

 

그런데 라이터로 불을 붙여 담배를 피우는 침팬지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해야 할까? 물론 이것은 특수한 사례다. 하지만 어떤 영장류 학자는 침팬지에게 총을 주고 사용법을 가르친다면 그들도 그것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정치는?

 

그렇다면 정치를 인간의 특징으로 보는 것은 어떨까? 정치를 둘러 싼 인간의 온갖 갈등과 지략의 난무를 보면 어느 동물이 인간 같을까 라는 생각이 들 만하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네덜란드 출신의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발(Frans de Waal, 1948~)의 <침팬지 폴리틱스 Chimpanzee Politics>(1982)를 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려울 듯하다. 권력투쟁의 동물적 기원을 탐구하는 이 책의 관점에서 보면 정치는 인간의 인간다운 특징이 아니라 차라리 동물다운 면모로 보인다. 정치라는 측면에서도 인간은 침팬지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인간다운 진면목은 무엇인가?

 

영장류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인간과 다른 영장류의 차이가 인간 자신의 통념상의 자부심만큼 크지는 않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이 초래하는 위험한 오만보다는 겸손이 스스로를 위해서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식지평의 확장은 좋지만 질문은 남는다. 유전자도 98%나 동일한 인간과 침팬지가 행동양식조차 그토록 유사하다면 도대체 인간은 무엇이라는 얘긴가?

 

사실 깊게 따지지만 않는다면 인간이 동물과 구분되는 특징은 셀 수 없이 나열할 수도 있다. 털 없는 원숭이라고 했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옷을 입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 아닌가? 하지만 이런 식의 나열은 적절한 답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간의 인간다운 진면목을 드러내는 그 어떤 독특한 무엇이지 신발을 신는다든가 로켓을 쏘아 올리는 동물이라는 식으로 그저 보이는 대로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모든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지게 다른 인간 특유의 특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게 바로 인간이다”라고 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과연 무엇이 인간다움의 핵심적 특성이라 할 수 있을까? [계속]

 

<국가전략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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