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 영 · 희
겨울에 내리는 눈
끊임없이 밤을 채우듯
바람은 겨울을 채워갔다.
동구 밖보다 더 먼 곳에서 온듯한 눈송이를
세어 보지도 않고 초라한 가지위에 바람은 서두르듯
덮어가고
잠 못드는 헛기침은 창문에 부딪쳐
찬이슬처럼 죽어간다.
이제 사랑은 끝난거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아야 한다고 자신에게
걸었던 주문이
펄럭이는 담요처럼 나의 잠을
재우려 노력한다.
겨울로 가는 파리한 형광등이
푸른 멍처럼 스스럼없이 주저앉고
눈물대신 한 점 죽어가는 시간들이 가슴을 타고 흐른다
깊은 밤처럼, 이제 사랑은 끝난거라고
수없이 스스로에게 위로하며
잠을 청하련다
그런데 서성였던
눈송이는 내 가슴을 떠돌다
아아, 문득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2020년 겨울
밤 강 나그네
밤 강 떠나는 그대 나그네
문득 소스라쳐 눈을 뜬 어둠
이름도 없는 또 한사람
세상을 떠나고
그 메마른 영혼
눈이 되어 이 강을 부딪고 또
부딪치는데
나를 두고 떠나가는 그대
나그네
고요히 안아주던 두 손은
바람이 되고
바라보던 미소는 눈물이 되어
흐르고
또 흐르는데......
그렇게 떠나는 그대 밤 강
나그네
서러운 등대는 마지막 젖은
몸을 태우고
깊은 슬픔은 절망의 파도로 높아 가는데
꿈꾸는 늙은 섬지기
돌아오오
그대 나그네
영혼도 없는
무심한 바다엔
우리가 사랑했던 눈이
나리는데,
끝없이
끝없이
나리는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