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국의 비극과 자유 대한민국 정론지의 지향점

리베르타스 창간에 부쳐

 

 

우리는 전임 대통령 두 분을 투옥시키는 공화국의 비극을 겪고 있다. 이런 사태를 진보주의적 혁명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다. 그들은 보수우파를 자본주의, 외세의존, 민족분열, 민중착취, 환경파괴를 획책해 온 적폐세력이라고 규정한다.

 

투옥되어 있는 두 대통령은 국가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정부를 운영했던 지도자들이다. 두 대통령이 그 이익 옹호에 노력한 국가는 이 나라 건설자들이 남겨 놓은 대한민국을 말한다.

 

대한민국 제헌헌법 제84조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 실현”을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소작농 가계를 위해 농지개혁을 실시하고, 전쟁파괴로 헐벗은 국민들을 위해 원조물자를 공급했다. 전후폐허 속에서도 생존하고 교육받은 세대가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대규모 산업건설이 추진되어 오늘의 번영을 낳았다.

 

국민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제질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두 요소가 혼합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국가 건설자들이 해외에서 받은 원조물자로 기아상황에 처한 전쟁빈민들을 구제하고, 농지개혁으로 빈농의 자녀들이 교육받을 수 있게 한 것은 민족 자체의 역량 축적이다.

 

제헌헌법 전문 첫 구절이 지시하는 건국의 주체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이었다. 대한국민의 대동단결을 위해 농지개혁을 실시하면서도 역사와 전통을 지키기 위한 고려를 잊지 않았다. 기존의 위토(位土)에 대하여 묘(墓) 1위(位)에 2反步(600평) 이내의 농지와 종교단체 소유 자경이내의 농지에 대하여 매수(買收)제외 조치를 두어 유교적 예의범절과 불교문화재의 파괴를 막았던 것이다.

 

러시아 볼셰비키는 우리가 자랑하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봉건적 잔재라고 비난하며 북한지역에서 폐기했다. 조선인민군은 소련, 중공과 공모 남침하여 남한사회에 구축되는 민족주의적 대동사회를 파괴했다. 이승만정부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미국과 동맹체제를 구축한 것은 민족분열이 아니고 민족생존의 개척이었다.

 

혁명을 위해 역사와 전통을 내다버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체주의로 귀결되었고, 개혁을 하면서도 역사와 전통을 보전한 대한민국은 다원주의를 구가하게 되었다. 우리의 자유는 다원주의 속에서 숨 쉬고 있다.

 

박정희 정부 하에서는 자본축적도 임금상승도 급속도로 진척되었고, 도시산업의 발달이 농촌 근대화를 이끌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의료보험, 연금제도 등 복지도 겸비했으며, 산림녹화도 일구었다. 민중착취나 환경파괴를 지향하지 않았다.

 

투옥된 두 전임 대통령들은 국가 건설자들이 시현한 실질중시, 민족역량축적, 국민화합, 환경보전 지향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실천하려고 노력한 지도자들이었다. 그들의 현대적 재해석에 오류가 섞여 들어올 수 있었겠지만, 그런 일부 오류가 국가 건설자들이 지향하던 가치를 빛바래게 하지는 않는다. 리베르타스가 우파 정론지를 지향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우리나라 건설자들이 실질, 민족역량, 국민화합, 환경보전을 중시하던 정신을 이어받으려 노력한다는 뜻에서 나오는 말이 될 것이다.

 

 

임 수 환 <편집인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