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신종독감 겹치기유행 경계해야

- 사람은 도시에 집중 거주하고
- 가축은 축사에 집중 사육되는 환경이
- 바이러스 증식에 최적 환경을 조성


코로나-19 유행을 막지 못한 채 겨울철을 맞게 되면서 방역당국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낮은 기온에 더 큰 활동성을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슷한 호흡기 증상을 일으키는 겨울독감과 겹쳐서 유행할 위험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병의원들은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병원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분리하여 검사하고 확진된 환자들은 별도 시설에 격리하여 치료하고 있다. 독감환자들도 호흡기증상과 발열 등 코로나-19와 비슷하므로 코로나-19 검사대상 환자가 폭주할 위험이 있다.

 

게다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옮기는 독감은 그 자체로도 코로나-19에 못지않게 위험한 유행병이 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918년 스페인 독감이라 불리는 팬데믹을 일으켜 적게는 5천만 명 많게는 1억 명의 인명을 희생시킨 전례가 있고, 지금까지도 겨울철마다 작은 규모의 유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에서 독감으로 죽은 사람이 252명이었고 최근 10년간 연평균 200여명의 독감사망자가 나고 있다. 11월 20일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가 502명인 것과 비교해 볼 때 적은 수가 아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되는 동안에 돌연변이를 자주 일으켜서 해마다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다양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A타입에 속하는 것들은 동물과 사람을 오가며 감염시킨다. 역학자들은 A타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두 단백질, 헤마글루타닌(HA)과 뉴라미니다아제(NA)의 특성에 따라 분류번호를 붙이고 있다. 2009년 팬데믹을 일으켜 30만명의 사망자를 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1N1으로 분류되며, 1918년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의 후손이다. A타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평소 물새들의 몸에 서식하다가 다른 동물에게 퍼져 나간다.

 

철새들은 먼 거리를 이동하며 호흡이나 배설을 통하여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철새의 몸에서 나온 바이러스는 닭, 개, 고양이, 돼지 등 가축에게 쉽게 전염된다. 그 중에서도 돼지 허파세포에는 새와 사람 양쪽으로부터 옮겨 온 바이러스가 증식할 수 있다. 새와 사람으로부터 돼지에게 옮겨 온 바이러스들이 RNA를 뒤섞으면서 탄생하는 새로운 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동하며 감염시키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체를 감염시켰을 때, 그 증상이 일반감기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천연두만큼 치명적일 수도 있다. 자연의 자의성에 인간의 운명이 걸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 지금 지구상에는 77억여 인구가 많은 가축을 키우고 소비하며 살고 있다. 전세계 양계규모는 2018년 2백37억 마리, 양돈규모는 2020년 6억7천7백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된다.

 

한반도의 남한에 사는 인구도 5천1백78만 명, 양계규모는 1억6천9백만 마리, 양돈규모는 1천1백20만 마리에 이른다. 도시화율이 80 퍼센트에 달할 뿐 아니라, 축산도 집중사육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사람이나 가축이나 모두 거주밀도가 높아서 바이러스가 동물과 사람 양쪽으로 옮겨 다니며 증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겨울철을 맞아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300명을 넘어서고, 미국은 19만명에 다가가고 있다. 18일 하루 전세계적으로 62만1천4백43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1만1천3백8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독감도 코로나-19처럼 아직 감염자에게 증상이 나타나기도 전에 접촉자를 감염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코로나-19에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이 겹쳐서 환자들을 양산하게 된다면, 지금의 팬데믹 재앙이 배가 될 수 있다.

 

 

 

임 수 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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