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국민교육헌장(國民敎育憲章)

2020.12.04 21:39:17

국민교육헌장의 역사적 소멸과정과 기적의 대한민국 몰락 현상은 정확히 비례한다.
반공민주정신을 퇴행적이라고 억압하는 반동(反動)이 바로 그 시작점이었음을..

 

 

 

꿈이 없는 나라는 폐허의 존재

 

인간이 미래에 대한 꿈을 꾸지 않는다면 금수(禽獸)와 다를 게 없다고 흔히들 말한다. 미물인 짐승들도 꿈은 꾸지만 단지 스스로의 미래와 연결짓지 못하는 그저 그런 환영(幻影)에 지나지 않으니 인간의 꿈과는 다름은 물론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가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면 그 사회는 멈춰 선 폐허의 존재일 것이고, 그러기에 모든 것이 정지된 채 과거의 영욕만 남아있는 화석과 진배없을 것이다.

 

한 나라를 유지하며 자국민을 한데 결집시킬 수 있는 유형의 언(言)과 행(行)이 있기 마련인데, 예컨대 미국에는 독립선언문이 있고 프랑스에는 인권선언을 들 수 있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은 이민족으로 구성된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결속체로 회자되고 있으며, 프랑스의 ‘자유, 평등, 박애’ 정신은 시민혁명사에 길이 남을 혼이 되어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제 시기 2.8독립선언과 함께 3.1운동의 상징인 독립선언문이 있지만, 근대국가의 형성이후 공산세력의 침략에 맞서 비약적인 성장과 전진으로 세계사에 길이 남을 기적의 대한민국을 일군 이면에 무엇이 있었을까를 떠올려 보노라면, 왠지 아찔하고 혼미함 마저 느끼게 되는 것은 오늘의 굴절과 반동이 더해져 이토록 가슴이 쓰려오는지도 모르겠다.

 

 

국민교육헌장과 국민정신

 

1968년 12월 5일 대통령 박정희로 끝나는 ‘국민교육헌장’은 총 393개 단어로 끝나는 간결한 선언문이다. 국민교육헌장이 발표된 이후 이에 대한 평가와 기억은 70년 사상이념투쟁의 역사만큼이나 길고 골이 깊었다.

 

요즘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국민교육헌장’을 입력하면 여러 내용이 올라오는데, 우리사회의 갈등국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면으로 ‘나무위키’라는 사전사이트로 검색되는 곳에서의 ‘국민교육헌장’에 대한 정의를 한번 살펴보았다.

 

‘국가 차원의 프로파간다 문헌으로, 권력이 엄청났던 박정희 정부 때 만들어진 만큼 당시 국민들은 잘 모르더라도 일단 외워야 했다. 내용은 철학자 박종홍과 유사역사학자 안호상이 주도하여 작성되었으며, 당시 나름 존경받던 한국 철학계의 태두 박종홍의 흑역사로 여겨지기도 한다. 문민정부 시기인 1993년,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국민교육헌장 폐지에 대해 검토하였으나 유보된 후, 노무현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 11월 28일부터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대통령령 규정’ 개정에 따른 기념일 정리 작업의 일환으로 국민교육헌장 선포 기념일이 폐지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라고 정의하면서, 말미에 이런 글귀로 끝을 맺는다.

 

'북한에는 국민교육헌장의 강화판인 당의 유일적 령도체계확립의 10대 원칙이 있다'

 

국민의 기억속에서 사라지는 국민교육헌장의 역사와, 대한민국의 정체성, 그리고 헌장에서 언급하는 국민정신이 희미해져가는 현상과 정확히 부합되고, 거기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등등)의 사고와 인식이 고스란히 맥을 같이 하는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그래서 국민교육헌장을 다시 한번 읽고자 했다.

 

헌장의 시작은 이렇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땅에 태어났다.’ 짧은 이 글귀속에는 오늘날 좌우 혹은 보수와 진보, 혁신과 반동의 대립구도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한데, 다시말해 사명, 책임이라는 단어는 소위 좌파나 진보, 혁신으로 대변되는 세력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단어들로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의와 평등의 확립을 위해서는 당장의 지금이 중요할 뿐, 내일의 사명이니 책임이라는 것을 떠올릴 필요도 없고 그런 무거움을 안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오늘을 편하게 나누고 살면 그만이다. 특히 피지배계층인 민초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작금의 주택정책만 봐도 진짜 서민의 적(敵)이 누군지는 명확하다.

 

이런 세력들과는 정반대로 헌장의 첫머리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국민된 도리는 미래세대를 위해 나라를 발전, 부흥시킬 사명, 책무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가장 먼저 밝히고 있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계발하여 우리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의 부분에 있어서는, 국민교육헌장이 북한의 10대 원칙과 비유되는 것이 얼마나 박약(薄弱)하고 그릇된 대비인지를 보여준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이란 애당초 북한 공산집단의 사고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며, 그들을 추종하는 종북세력들이 그토록 오매불망하는 수령의 위상에 견주어 인민대중의 가치는 그저 노예일 뿐이라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의 창의와 협력을 바탕으로 나라가 발전하여 나라의 융성이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스스로 국가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정신을 드높인다.’의 부분에 도달하면, 헌장의 역사적 가치가 고스란히 빛을 발한다.

 

전체주의 체제의 시작점인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라는 글귀아래, 창의가 있을 리 만무하며 협력은 북한식 협동농장에서조차 사라진지 오래인데, 어찌 국민정신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또한 자유와 권리에 상응하여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 부분은, 오늘날 민주주의 제도의 가장 큰 취약점을 보완하는 내용으로 당시의 가치기준과 수준이 지금보다도 훨씬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새 역사를 창조하자

 

이제는 반공이라는 단어가 퇴행적이라는 수식어 속에 억압되고 있는 판국에, ‘반공민주정신이 자유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 된다’는 부분을 보노라면,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으며, 무엇을 잊었기에 우리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나아갈 바를 놓쳤는지를 더욱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칼 맑스의 ‘공산당 선언’이 나온지 언 170여년 동안, 공산주의라는 유령의 가면을 쓰고 공산당 선언에서조차 가장 증오했던 전체주의 권력추종세력들이 오대양 육대주를 능욕하는 현상을 볼 때, 악령의 공산주의 종식을 목표로 하는 반공정신이야말로 얼마나 숭고한 인류번영의 신성한 책무였음을 부정할 수 있을까..

 

반공이라는 퇴행적 괴물의 완벽한 소멸을 꾀하는 세력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준동하는 틈바구니에서 무엇으로 새 역사를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고 ,끊임없이 혁신하며, 통일조국의 앞날을 내다보는 국민(國民)들만이 미래를 여는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통일된 조국을 바라보며 우리의 발자취를 돌아볼 때, 얼마나 위대한 헌장이었는지를 그때서야 비로소 모두가 알게 되겠지만, 지금이라도 헌장의 끝자락이나마 애써 붙잡고자 하는 노력의 시작이 아니고서 우리에게 제대로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음을 엄숙히 고백해본다.

 

 

도희윤 <발행인 / 논설위원>

도희윤 기자 dhy21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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